[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선수 기용 개입과 사령탑 경질 등으로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흥국생명. 새로 선임한 지도자마저 감독직을 고사하면서 차기 사령탑 선임 이전까지 사태는 장기화 조짐이다.
그러나 이런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김여일 전 단장은 여전히 침묵 속에서 자기 모습을 감추고 있다.
김여일 전 단장은 최근 흥국생명에서 벌어진 논란에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학폭 논란 당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를 감싼 것은 물론, 선수 등록까지 강행하려 했다. 팬들이 트럭 시위 등으로 비난을 퍼붓자 이를 철회했지만 해외 이적 물색 등 마지막까지 아낌없는 사랑을 퍼주었다.
반면 '배구 여제' 김연경에게는 매정했다. 2022-23시즌을 앞두고 내부 단속 외 전력 보강이 없었던 흥국생명. 이런 가운데 김연경의 국내 복귀는 구단에 분명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잘 진행되던 협상은 이동국 단장이 떠나고 김여일 전 단장이 구단에 복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터무니없는 여러 이유를 만들며 김연경이 스스로 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내길 기다렸다.
김여일 전 단장만 아니었다면 김연경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꼬집는 언론 보도도 없었을 터. 결국 흥국생명은 한 대 맞은 이후에야 부랴부랴 협상을 마무리했다.
김여일 전 단장은 권순찬 전 감독에게 선수 기용과 로테이션 변경 등을 직접 지시해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 그런데 수습 과정에서도 그는 빠지지 않았다.
흥국생명 신용준 신임 단장은 지난 5일 GS칼텍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수습의 성격이 짙었던 만남. 그러나 오히려 논란만 키우는 자리가 됐다.
신용준 단장은 김여일 전 단장과 권순찬 감독 사이에 로테이션 문제에 의견이 맞지 않았다면서 선수 개입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선수 개입은 선수들의 입으로 거짓임이 곧바로 드러났다. 또한 로테이션 역시 지도자 고유 영역을 침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용준 단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눈치였다.
신용준 단장이 이같은 발언을 한 배경에는 김여일 전 단장이 있다.
사태 파악이 정확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화에 나선 신용준 단장. 김여일 전 단장은 그에게 로테이션 등 어떤 취재진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준 단장이 전면에 나섰지만 사실상 김여일 전 단장의 말을 고스란히 전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김여일 전 단장은 사퇴에도 불구하고 이날 삼산월드체육관을 찾았다. 후임 사령탑으로 내정됐던 김기중 감독도 함께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과연 구단과 김여일 단장이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이번 사태를 만든 것도 모자라 더 키우는 데 공을 세운 김여일 전 단장. 그의 지독한 배구사랑 덕분에 선수들만 지쳐가고 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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