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콘셉트카 한 대 정도는 이제 기본 아이템이죠."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를 이같이 분석했다. CES가 가전쇼에서 모터쇼가 돼 간다는 얘기는 10여년전에도 나왔지만 올해는 이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는 평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CES 2023의 나흘간 열전이 이날 막을 내린다.
올해 CES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리는 첫 행사였다. 행사 주최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CES 전시 공간은 18만6천 ㎡로 지난해보다 50%가 증가했다. 관람객도 지난해 4만5천 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0만 명 이상이 올해 행사에 다녀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분위기를 거의 찾아가는 것 같다"며 "코로나19라는 이슈가 여전히 있고, 미국과 갈등으로 중국 업체가 많이 빠지긴 했지만 간만에 CES다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열기로 가득한 CES 주인공은 자동차였다. 자동차와 관련이 있는 제품이나 소프트웨어가 없더라도 콘셉트카 하나는 비치해 두는 기업들이 있을 정도였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도 개막 전 "모빌리티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 중 하나"라며 "CES 2023은 북미에서 가장 큰 모빌리티 기술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너도나도 스마트카를 전면에 내세웠다. 구글의 전시장 입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건 차량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된 자동차였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일본 소니는 혼다와 합작한 첫 번째 전기차 콘셉트카 '아필라'를 공개했다. 소니는 예년엔 CES 행사때마다 TV 신제품을 공개했지만 올해는 이를 볼 수 없었다. 자존심인 TV를 배제하고서라도 '아필라'를 집중 조명하려는 모습이었다.
삼성과 LG도 모빌리티 대전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양상이었다. 삼성전자는 전장 자회사인 하만과 개발한 전장 기술 '레디 케어'를 선보였다.
레디 케어를 이용하니 자동차가 카메라로 운전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졸음이 가득한 피곤한 얼굴이라면 내비게이션이 갓길 등 안전한 곳으로 노선을 안내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LG디스플레이도 18인치 슬라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량용 슬라이더블, 초대형, 투명 OLED를 소개했다.
CES에서 한국 기업들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는 전시 참가업체 중 가장 넓은 3천368㎡(약 1천19평) 규모로 전시관을 마련했다. 개별 제품은 선보이지 않고 참관객 체험 위주의 전시로 눈길을 끌었다.
전시관은 ▲지속가능(Sustainability) ▲스마트싱스(SmartThings) ▲파트너십(Partnership)을 키워드로 기기간의 연결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과 '연결'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LG전자는 CES 2023에서 '고객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의미인 브랜드 슬로건 라이프즈 굿(Life’s Good)을 주제로 전시관을 운영했다.
주변기기 연결 선을 없앤 'LG 시그니처 올레드 M' TV,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LG ThinQ)' 앱에서 도어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무드업 냉장고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SK그룹은 지난해 참가했던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SK에코플랜트 등에 이어 SK바이오팜, SKC 등이 CES 2023에 참가했다. '투게더 인 액션(Together in Action), 함께 더 멀리 탄소 없는 미래로 나아가다'를 주제로 한 전시관을 꾸렸다. 8개 분야 혁신상을 수상한 5개 제품을 바탕으로 SK가 그리는 탄소중립의 내일과 이를 위한 기술력을 자랑했다.
HD현대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해양 대전환)'을 중심으로 꾸려진 부스에 친환경 해양시대와 건설기계, 로봇 등 친환경 미래사업에 대한 비전을 선보였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CES에 참가했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회장,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전시장을 둘러봤다. 정기선 HD현대 사장도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발표했다.
CES에 전시관을 마련하지 않은 기업 오너들도 미래 사업 발굴 차원에서 CES를 다녀갔다. 구자은 LS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체 부스를 둘러보며 혁신 기술 공부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CES가 모처럼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로 치러졌던 것"이라며 "참가 기업이나 방문하는 CEO들이 지난해보다 훨씬 많았고 거래선 미팅도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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