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진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리더십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부족해진 데다 글로벌 대내외 여건 악화, 첨단 산업 패권 경쟁, 저조한 실적 상황 등으로 삼성이 위기에 놓인 만큼 경영진들과 수시로 만나 대응 전략 마련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새해 첫 출근날부터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지난달 26일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긴급 회동을 가진 지 불과 6일 만으로,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올해 사업 전망, 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오후 5시 30분부터 8시경까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사장단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을 비롯해 비(非)오너가 첫 여성 사장인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때부터 주요 사장단과 신년 만찬회를 이어왔다. 이 선대회장은 이 자리에서 매년 경영전략과 신년 화두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신임 임원 만찬을 직접 주재해 왔다. 신임 임원 만찬은 매년 1월 중순 경기도 용인인재개발원에서 신임 임원 교육을 마친 뒤 마지막 날 사장단과 상견례를 겸한 만찬으로 진행해왔다. 이 선대회장이 병환으로 쓰러진 후부터는 이 회장이 주재하는 신임 임원 만찬이 그룹의 공식적인 신년회가 됐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 후 삼성의 신년회는 모두 중단됐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던 탓이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경영 공백 장기화로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가 크게 위축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전무하다.
이에 재계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총수 리더십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이 회장의 사면·복권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10년 만에 회장 자리에도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당초 회장 승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회장 승진을 고사할 명분이 옅어졌고, 결국 올해 회장이 됐다"며 "이 회장은 취임한 후 활발한 경영 활동을 보이며 무너졌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 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취임 전후에 집중적으로 경영진들과의 스킨십을 늘려나간 모습이다. 회장 취임 직전인 지난해 10월 25일 부친의 2주기 추도식 직후 경영진과 만난 데 이어 이번에도 사장단 신년회를 마련한 것이다. 삼성에서 오너가 주재하는 사장단 신년회는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같은 달 28일 회장 취임 직후 저녁엔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들과도 저녁을 먹었다.
임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했고, 같은 달 19일에는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와 화성사업장, 24일에는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26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등에 방문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7년만에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도 깜짝 방문해 30대 지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해외 현장 경영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마지막 해외출장이었던 9박10일간 동남아 출장에서 베트남에 세운 최초의 대규모 종합연구소인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준공식을 참석한 데 이어 삼성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잇따라 찾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동남아 출장을 포함해 6월 유럽, 9월 중남미·영국, 12월 중동 등 6개월여 만에 4차례나 해외출장을 떠났다.
올해도 위기 상황에 놓인 만큼 국내외서 현장 경영에 적극 나서는 한편, 경영진 및 임직원들과 자주 소통하며 돌파구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의 움직임에 발 맞춰 경영진들도 대응책 찾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 전 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지난달 26일 긴급회의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 전체 사장단이 한 자리에 모여 경영 현안을 공유한 것은 2017년 2월 미래전략실 폐지 이후 처음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인 이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며 경영 일선에 적극 나서면서 내부 구성원들도 많이 기대하는 눈치"라며 "최근 반도체 업황 악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향후에도 경영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위기 대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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