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인공지능(AI) 기반의 인간형 로봇이 물체를 스스로 조립하는 시스템이 나왔다. 작업자 개입 없이 물체를 조립할 수 있는 기술이다. 위험한 작업 등에 투입할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낙규)은 작업자 개입이 필요 없는 인공지능(AI) 기반 물체 조립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발표했다.
생기원 AI·로봇연구부문 배지훈 박사 연구팀은 2020년 자체 개발한 스마트 그리퍼(Gripper) 기술에 AI 기술을 접목,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 스스로 작업하는 AI 기반의 물체 조립기술을 선보였다.
스마트 그리퍼 기술은 배지훈 박사 연구팀이 그리퍼 파지기술(Grasping Technology), 조립 알고리즘 기술을 인간형 로봇 그리퍼에 적용해 다양한 물체를 잡거나 조작할 수 있도록 개발한 물체 조립기술이다.
생기원만의 독자적 조립 알고리즘 기술인 ‘손가락을 이용한 팩인홀(Peg-in-hole)’ 기술을 적용, 대상에 대한 정보 없이도 로봇 그리퍼가 홀의 위치를 파악해 공중에서 정확하게 조립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위치 오차가 있어도 물체를 기울여 홀이 있는 방향으로 미끄러지면서 자체 보정을 통해 조립되는 방식이다. 사람이 눈을 감은 채 손끝의 감각만으로 물체를 조립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손끝에 별도의 ‘힘-토크 센서’를 부착하지 않고도 손가락 관절의 움직임만으로 다양한 물체를 안정적으로 잡고 조작할 수 있어 위치와 힘을 동시에 제어해야 하는 로봇 조립 작업에 적합하다.
연구팀은 이후 ‘AI 기반의 작업계획과 물체 인지기술’을 개발하고 스마트 그리퍼 기술과 접목해 복잡한 조립공정에서도 사람 개입 없이 작업할 수 있는 물체 조립기술을 완성했다.
최근 로봇의 쓰임이 물류, 가사, 식품 등 다양한 현장으로 확장되면서 정형화된 공정라인을 벗어나 여러 형태의 물체들이 무작위로 배치돼 있는 상황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무수히 많은 작업방법과 순서의 조합을 일일이 프로그래밍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학습된 작업 모델을 토대로 최적의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AI 기술 수요가 늘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로봇손에 ‘핸드아이(Hand-eye) 카메라’를 탑재해 무작위로 놓인 물체들의 위치, 자세, 각도 등의 상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물체 인식기술을 구현했다.
여기에 개별 작업의 난이도, 걸리는 시간, 안정성을 고려해 단위 작업들의 조합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스케줄링 AI’를 개발·접목했다.
스케줄링 AI는 가상의 조립 시뮬레이션 상에서 쉽고 정확한 동작에는 높은 점수를, 빠른데 실패 확률이 높은 동작에는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강화학습 방식으로 개발됐다.
강화학습 기반의 스케줄링 AI는 조립 가능한 모든 조합을 일일이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 없어 연산 양이 적고 빠르게 최적의 작업순서를 생성할 수 있다.
조립 대상 물체의 수가 늘어날수록 작업하는 방법과 순서의 조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전문가 수준을 넘어서는 ‘스케줄링 AI’가 개발됐고 이 때문에 인간 작업자의 개입도 준다.
스케줄링 AI를 탑재한 2개의 로봇 그리퍼와 로봇 팔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무작위로 놓인 팩과 홀을 빠르고 정확하게 조립할 수 있는 최적의 작업스케줄을 생성해낸다.
더욱이 사람 손처럼 정밀하면서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 특정 물체에 한정되지 않는 범용 협동로봇으로 산업 전반에 적용 가능하다.
연구를 이끈 배지훈 박사는 “AI와 로봇이 융합된 성과물로 알파고에 로봇 손을 결합해 사람 개입 없이 바둑을 두는 상상을 현실화한 셈”이라며 “대형마트나 물류창고에서의 오더 피킹(Order Picking), 전류가 흐르는 현장에서의 전선작업 등 위험한 현장에 투입돼 작업할 수 있도록 후속 응용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이 개발한 AI 기반 물체 조립기술은 어떠한 형태의 로봇핸드에도 적용 가능하다. 팩인홀 물체조립기술의 경우 2021년 로봇 스타트업 테솔로(대표 김영진)에 이전돼 연구용 엔드 이펙터로 상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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