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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후위기와 그린스완, 그리고 사이버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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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그린스완(Green Swan).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BIS)이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규정한 용어다. 블랙스완의 변형어로 기후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금융위기를 뜻한다. 기후변화가 실물경제를 무너뜨리면 금융시스템이 망가지고, 이는 다시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랙스완이 예측할 수 없는 위기라면, 그린스완의 경우 발생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다만 파급력은 후자가 훨씬 크다. 인류 최대의 난제를 풀기 위해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시나리오를 설정, 분석하는 이유다. 코로나19는 전주곡에 불과했다는 것.

그렇다면 사이버 팬데믹은 어떤 색깔의 백조로 묘사할 수 있을까. 비대면 서비스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 모든 IT 기기가 연결되는 초연결사회 문턱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맞물리면서 사이버공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위기일까. 예측조차 할 수 없는 현상일까.

사이버 위협과 기후위기는 꽤 닮았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의제로 부상했지만 아직도 미래세대의 운명을 걸고 도박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한 '지구온난화 과장론'이 대표적인 예다.

과학적 합의는 확실하지만 음모론에 열광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가‧지역별 차이를 보이는 관심도도 이 같은 음모론이 힘을 받도록 만든다. 직관적인 체감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장의 편리함을 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이버 위협은 훨씬 체감이 어렵다. 기후위기는 해수면 상승을 비롯해 홍수와 가뭄, 혹한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지만 사이버 위협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위협이다.

올해 RSA 컨퍼런스에서 톰 길리스(Tom Gillis) VM웨어 네트워킹‧보안 비즈니스 그룹 수석 부사장은 "누군가 당신의 집에 침입해 9개월 동안 머물러 있다고 상상해보자. 현실 세계에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이지만 사이버공간에서는 매일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연일 경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찻잔 속의 태풍인 모양새다. 가시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도 맞물린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추구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현재 국제적으로 통일한 평가 표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다수의 표준이 혼재되는 상황에서 해외 평가기준위원회와 평가사가 제시하는 ‘산업별 중대성(Industry Materiality)’을 분석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기업별 평가에 앞서 산업별 ESG 중요도를 분석, 특정 영역에 대해선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

중대성 이슈란 산업 활동의 특성에 따라 기업 재무상태와 영업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지속가능성 사안이다. 각 산업의 ESG 이슈는 같지 않으며, 섹터별 비슷하더라도 하위산업마다 중대성이 다르거나 평가 요소별 가중치가 다르게 부여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ESG 이슈는 에너지관리와 데이터 보안, 프라이버시, 인적자원개발 등이 꼽힌다.

탄소배출과 직접 관련된 환경(E) 부문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반면, 사회(S)‧지배구조(G)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ICT 산업의 경우 환경(E) 이슈에 해당되는 에너지관리만큼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 향후 국제표준이 마련될 경우 후자는 사회(S) 혹은 지배구조(G)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ESG 열풍이 불면서 '그린워싱(Greenwashing)'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 정보보호 관련 내용은 공시하지 않은 채 플라스틱 감축 언급만 한다면 이것도 일종의 워싱이 아닐까.

2000년대 중반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은 전 세계가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한다면 2050년까지 연간 글로벌 GDP의 1% 수준의 비용만 감수하면 되지만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을 경우 피해 비용은 GDP의 5~20%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사이버 팬데믹 시대로 본격 접어들었을 때 우리가 지불해야할 비용을 정량화할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완화 비용과 피해 비용을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얼마일까.

/김혜경 기자(hkmind90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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