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국내 레거시 미디어·유료방송 시장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 민간사업자는 물론 공공기관, 연구계도 시장이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한목소리 냈다. 다만 기술 고도화·글로벌 경쟁 가속화로 인한 분야별 전략로드맵 구축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된다.
22일 오후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2022 전파방송산업진흥주간 일환으로 '제12회 차세대 방송·미디어 기술 세미나'가 열렸다. 전파방송산업진흥주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전파진흥협회,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전자파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올해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전파로 열어가겠습니다'를 주제로 다양한 세미나가 이곳 코엑스에서 진행됐다.
◆아무도 안 따라오는 UHD 사업…"다른 혁신성에 초점 맞춰야 할 때"
이날 조삼모 SBS 부장은 UHD(초고화질) 방송을 시작한 지 6년차에 접어들었다면서 "포인트를 잘못 잡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세계 최초로 ATSC 3.0 기반 UHD 방송을 시작하고 6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후발주자가 사실상 없다는 부연이다. ATSC 3.0이란 차세대 지상파 UHD 방송 표준을 말한다.
조 부장은 "2017년 UHD 방송을 시작해서 6년차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우리보다 3년 정도 늦게 시작했다"면서 "6년 전 세계 최초로 시작해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무도 우리를 안 따라온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포인트를 잘못 잡지 않았나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조 부장에 따르면 미국 UHD 사업 성장세는 국내보다 가파르다. 올해 말 기준 75% 정도의 커버리지(서비스 범위)를 구축했다. 국내의 경우 2년차에 접어들 시점에 70%에 근접한 커버리지를 달성했다는 부연이다. 미국과 국내 사업자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고 조 부장은 말한다.
그는 "미국과 우리나라가 무엇이 다른지 의문을 갖게 됐다. 우리는 UHD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미국은 같은 시스템을 쓰면서 차세대 방송이라고 부른다. 다른 혁신 서비스가 UHD 명명 하에 묻힌 것 같다"며 기존의 접근 방식 외 다른 혁신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OTT發 광고 시장 진출…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필요'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최근 광고 시청을 전제로 하는 저가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날 현장에선 온라인은 물론 기존 방송 광고 시장도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방송·미디어 산업과 기술 전망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이사는 "상위 10개 광고주들은 대부분 넷플릭스 광고를 계약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광고 시장에 들어오면 온라인뿐 아니라 기존 방송 광고 시장에도 많은 부분을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규 광고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업자들의 공통된 과제라는 부연이다. 천 이사는 "넷플릭스가 일시적으로 1위 사업자가 될 수도 있다. 시장 자체 파이(크기)를 키우는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제언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신규 저가요금제 상품인 '광고형 베이식(월 5천900원)'을 한국을 포함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국내외 시장에 출시했다. 기존 베이식 요금제(월 9천500원) 대비 절반 가량 저렴한 상품으로, 시간당 평균 4~5분 남짓 광고의 강제 시청을 전제로 한다.
구독자 감소세를 타파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1분기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20만명 감소했다. 2분기 들어선 97만명이 줄었다. 3분기 들어 순증했지만 성장세는 여전히 둔화된 상태다. 이에 넷플릭스는 성장세 회복 차원에서 "서비스 모든 측면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메타버스·AI 활용 창작물 시대…"저작권 이슈 사전 대비해야"
고병수 한국콘텐츠진흥원 PD는 콘텐츠 시장 수요 변화를 조명했다. 이전에는 시각적으로 화려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면, 이제는 시청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 콘텐츠량이 방대하게 증가함에 따라 시청자 니즈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고 PD 견해다.
최근 기술 발전에 따라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창작물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저작권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을 진단해 저작권 이슈를 대비해야 한다고 그는 주문한다.
고 PD는 "인공지능으로 만든 창작물은 항상 저작물이라는 걸림돌이 있다. 아직은 인공지능 창작물이 콘텐츠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판례나 이슈는 없지만 앞으로는 이슈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방송미디어 시장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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