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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혼탁해지는 코인시장…은행 선관의무도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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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컴그룹 김상철 회장·한컴위드 등 전격 압수수색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아이뉴스24는 지난해 한컴 아로와나(ARW) 코인 상장 과정에서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MM)을 해주겠다며 접근한 전문업체와 아로와나 사이에 오간 계약서 초안을 입수했다. MM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대표적인 비리로 '코인 시세조종'을 의미한다. 결국 수사당국도 칼을 빼 들었다. 20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논란과 관련해 한컴그룹 김상철 회장과 한컴위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아로와나·한컴위드·헥슬란트·NH농협은행 로고. [사진=아이뉴스24 DB]
아로와나·한컴위드·헥슬란트·NH농협은행 로고. [사진=아이뉴스24 DB]

◆ 아로와나에 뻗은 검은손, MM 업체 "최대 1천억원 수익 내주겠다"

아로와나 코인 MM을 제안한 업체는 계약서상 미국 뉴저지에 있는 '***LEOS(이하 LEOS)'라는 업체다. LEOS는 1년간 MM을 해주는 대가로 수익의 최저 15%~50%를 요구했다. 양사가 주고받은 계약서 초안의 명칭은 '아로와나 토큰 유동성 공급 업무 위탁 계약서'다. 신규 상장된 코인이 원활하게 거래되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코인과 현금을 이용해 코인 가격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개미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목적이 크다.

LEOS는 작전에 필요한 아로와나 코인을 1단계 4천850만 개, 2단계 5천만 개, 3단계 5천 개 등 세 단계로 나눠 제공해줄 것을 아로와나 등에 요청했다. 주식시장을 예로 들면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받아 주가를 끌어올리는 '작전'을 준비한 것이다. LEOS는 작전에 사용할 현금도 요구했다.

그 결과 아로와나 코인은 지난해 4월 빗썸 상장 당시 50원에서 5만원까지 급등했다. 당시 LEOS와 협상한 한컴 내부 직원은 "LEOS측은 MM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처음에는 20억원 정도라고 했다가, 계약 조건을 최대 1천억원까지 부풀렸다"고 말했다.

◆ MM 선정 물망 오른 두 팀, 시중은행 파트너 헥슬란트까지

아로와나 MM 선정에는 애초 두 개 팀이 이름을 올렸다. 시중은행과 합작해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회사를 만든 헥슬란트도 물망에 올랐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은 아로와나 코인 투자자인 골드유 그룹과 분쟁이 벌어지자 지난해 5월 관련 임직원들을 소집하고 대책 회의를 열었다.

본지는 당시 대책 회의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입수했다. 이날 대책회의에는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도 참석했다. 박 전 대표는 아로와나 코인의 상장을 이끈 인물이다. MM팀 선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아로와나 코인 시세조종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회장은 주재한 대책회의에서 박 전 대표가 주도한 MM 계약서를 언급한다. 이 계약서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무위 국감에서 공개한 MM 계약서를 의미한다. 녹취록을 내용은 보면, 김 회장과 박 대표 간 MM 계약과 관련해 이익 배분과 관련한 갈등이 있었다. 이 문제로 또 다른 LP(MM의 다른 표현)를 끌어들이게 된다.

이때 새로 등장하는 MM이 있다. 민 의원이 공개한 MM 계약서에 나온 MM 전문가다. 이들은 지난해 이즈미디어 시세조종 혐의에서도 등장한다.

◆ 파트너 헥슬란트 의혹 외면하는 농협은행, 선관 의무 잊었나

지갑·커스터디업체인 헥슬란트가 MM 견적서를 제출하면서 이해상충 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특성상 코인 지갑 업체나 커스터디 업체는 해당 코인의 움직임을 손금 보듯 한다. 커스터디 사업자가 코인 시세 조작에 활용되는 MM 견적서를 만들었다는 것은 코인 이동 정보를 MM에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헥슬란트 측은 MM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불똥은 헥슬란트가 NH농협은행과 '카르도'라는 가상자산 커스터디 업체를 만든 것까지 튀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수탁업체 카르도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했다. 카르도의 최대 주주는 헥슬란트로, 농협은 3억원가량을 투자해 카르도 지분 15%를 얻었다.

농협은행 측은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카르도에 지분투자를 했다"며 "농협은행은 직접 관계자가 아니고 우리한테까지 (의혹과 관련한) 얘기를 할 이유도 없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때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1금융인 농협은행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본시장법은 '집합투자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탁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집합투자재산을 보관·관리해야 하며,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타인의 돈을 다루는 금융사는 상대적으로 더 강한 선관 의무를 요구받는다. 금융당국도 은행에 대해서는 일반 기업보다 강한 책임을 묻고 있다. 가상자산업권의 선관 의무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립돼 있지 않다. 그러나 농협은행 측의 해명을 보면, 자신들이 투자·협업한 커스터디업체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책임을 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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