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금융 당국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내 회사채 금리도 올해 들어 2배 가까이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진은 지난 6월 공모 시장에서 88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뒤 넉달새 사모사채 시장에서 1천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에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 6월 9일 880억원의 회사채를 공모 시장에서 발행한 뒤 총 4차례에 걸쳐 사모 회사채를 발행해 총 1천173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7일 한양증권을 대상으로 만기 1년물 사모채(100회) 300억원, 같은달 22일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만기 1년물 사모채(101회) 400억원을 각각 발행했고, 지난달 26일에는 대신증권을 대상으로 만기 1년6개월짜리 사모채(102회) 100억원을 발행했다.
앞서 6월 27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373억500만원 어치 만기 3년물 변동금리부채권(FRN)을 발행한 것까지 포함하면 넉달새 사모로 1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FRN은 분기별로 이자율이 고정된 일반채권과 달리 금리상승에 따라 이자율이 변동하는 특성이 있다. 현재와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기관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금리 위험을 피해 FRN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정금리를 포기하는 대신 당시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금리를 낮게 발행해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FRN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의 잇단 사모채 발행은 낮은 금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3개월간 2년 만기 한진 회사채(BBB+)의 개별민평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8월 중순까지 4.9% 수준을 유지하다가 8월 말 5.0%를 돌파한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9월 말에는 6.0%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시장에서 유통되는 BBB+ 등급의 민평금리도 8월 중순까지 6.9% 수준을 유지하다가 급상승하며 9월말 8.0%를 넘어섰다.
공모채 발행의 경우, 현재 시장에서 유통 중인 민평금리가 기준인 데다 최근 얼어붙은 회사채 발행 시장 분위기에 따라 수요예측 결과가 예상보다 저조하면 예상보다 높은 발행 금리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사모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은 특히 100회, 102회 회사채의 경우 "저금리 자금 선제확보"라고 명확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한진은 지난 6월 공모채 발행에서 2년물(480억원)은 연 이자율 4.16%에, 3년물(400억원)은 연 5.43%에 발행했다. 그러나 6월 FRN은 같은 3년물임에도 연 3.92%에 발행에 성공하며 비슷한 시기에 발행했던 공모채보다 금리를 1.51%포인트(p) 낮출 수 있었다.
7월에 발행한 100회(300억원), 101회(400억원) 두 차례 사모의 경우, 각각 연 이자율 4.00%(300억원), 5.12%(400억원)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만기 1년의 단기물이긴 하지만, 당시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9월에 발행한 100억원 어치의 102회 회사채(1년6개월 만기)는 연이율 4.80%로, 7월 발행한 1년물(101회)보다 금리가 0.32%p 낮은 수준에서 발행됐다. 금통위는 7월 빅스텝 이후 8월에도 기준 금리를 0.25%p 인상한 데 이어 9월에도 또다시 빅스텝 카드를 꺼내들며 기준 금리를 3.0%까지 끌어올린 바 있고,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한 상태다.
한진은 대규모 사모채 조달에 이어 3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공모채 발행에도 나선다. 금리는 이날 진행되는 수요예측을 통해 한진 2년물 민평금리(6.044%)의 -0.30%p에서 +0.30%p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은 이번 공모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 300억원을 택배물류기기, 창원 터미널 부지, 운영시스템 개발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황종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한진은 2020년 유상증자, 작년 1분기 부산 범일동 토지 매각 이익에 따른 대규모 당기순이익 인식으로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됐다"며 "그러나 지난 6월말 차입금의존도 지표가 49.5%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재무부담이 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단기적으로 택배터미널과 물류거점 확보 등 사업규모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예정되어 있어, 추가적인 재무안정성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자산매각과 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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