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국내외 증시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메리츠증권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에 대한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향후 실적 전망도 밝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올해 들어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26일) 메리츠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150원(3.54%) 하락한 4천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고점을 기록한 지난 4월14일 종가(6천980원)와 비교하면 41.48% 하락한 수준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8.24%, KRX 증권지수가 29.30%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다. 같은 기간 메리츠증권의 시가총액은 4조4천652억원에서 2조6천132억원으로 1조8천520억원가량 증발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금융(IB) 부문의 사업 경쟁력에 힘입어 증권 업종 가운데 차별화한 주가 상승 흐름을 자랑했다.
메리츠증권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3월 1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그 이후로도 지난해 6월과 11월에 각각 1천억원, 1천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단행했고, 올해 3월에도 1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2천194만주)과 6월(2천8만주)에는 취득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발표했다.
또한 증시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감소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악화됐지만, 메리츠증권은 리테일보단 IB 부문에 상대적 강점을 가지고 있던 점도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됐다.
이에 힘입어 올 들어 상반기까지 메리츠증권의 주가는 17.57% 상승했다. 이 기간 NH투자증권(-11.48%), 키움증권(-10.84%), 삼성증권(-10.29%), 한국금융지주(-10.28%), 미래에셋증권(-4.56%) 등이 하락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메리츠증권도 하반기에는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과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내년에도 국내 증권사의 영업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최근 들어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 되기도 했다. 지난 22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공매도 비중이 41.16%에 달하며, 메리츠금융지주(50.18%)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전날 기준 메리츠증권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42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40.87%를 차지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인 만큼, 향후 메리츠증권의 실적 전망이 어두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천65억원, 1천57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03%, 17.89% 줄어든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최근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대출이다. 금리 인상에 따라 부동산 미분양이 증가할 경우 채무보증에 나선 증권사의 리스크도 높아지게 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지난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90.6%다. 지난해 말(97.4%)보다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종 업계 평균치(82.4%)와 최저치(32.5%)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위험익스포져 인수 속도를 조절 중이지만, 자본 대비 부담이 상당하고 건전성 저하 위험이 내재한다"며 "위험익스포져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경우 유동성과 신용 위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 취급한 해외투자자산 역시 추가적인 손상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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