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서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놓고 '주가조작' 공방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서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배경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당시 삼성이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제일모직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높이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높여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은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이었으며 합법적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5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6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으로 이번 재판엔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공판엔 2015년 7월 제일모직 주식 매매 위탁 업무를 맡았던 모 증권사 전 직원 송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증인에게 "당시에 제일모직 공시를 보면 자사주 취득목적이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로 돼 있다"며 "증인은 자사주 취득 목적이 무엇이라고 보냐"고 물었다.

증인은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검찰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순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85%, 3.8%로 시장에서 고평가 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고평가 돼 있지 않냐고"고 질의했다. 증인은 "수치상으론 그렇다"고 답했다.

또 검찰은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 돼 있었다면, 당시 주식을 매입했던 게 취득목적과 부합하지 않다"며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이 결정되고 주가가 연동되는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상승시켜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막기 위한 조치 아니었냐"고 물었다.

증인은 "공시에 명시된 자사주 취득목적은 일반적으로, 통용적으로 쓰는 문구"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 측은 "증인은 PER과 PBR이 업계 수준에 맞춰서 그렇다는 건데, 검사는 제일모직이 그렇다는 식으로 유도 질문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자사주 매입을 하면 주가 안정화, 회사 대외 신인도 상승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자사주 매입 공시를 보면 목적 공시 외에 각종 기대효과를 전부 공시하지 않는데, 제일모직이 부실공시라 볼 수 있냐"고 질문했다.

증인은 "부실공시라 볼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