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국이 호구네."
애플이 하반기 기대작인 '아이폰14'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또 다시 한국 시장 홀대론에 휩싸였다. 달러 기준 가격은 동결했지만 국내 소비자 가격은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고 환율에 원화 표시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미국보다 최대 17%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14' 시리즈의 미 달러화 기준 가격은 기본 모델의 경우 799달러(110만3천419원), 플러스는 899달러(124만1천519원), 프로는 999달러(137만9천619원), 프로맥스는 1천99달러(151만7천719원)부터 시작된다. 이는 전작인 '아이폰13' 출시 가격과 같다.
이는 '아이폰14 프로' 모델 가격이 지난해보다 100달러(13만8천원) 인상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빗나간 행보다.
이에 대해 애플은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간) 실리콘밸리 애플파크 스티브잡스씨어터에서 개최한 '저 너머로(Far out)' 행사에서 "미국 내 '아이폰14' 가격을 동결했다"며 "인플레이션에도 비용 효율을 통해 가격을 전작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한국 내 가격은 터무니 없이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측이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환율 영향으로 한국 등 북미 이외 지역에서는 지난해보다 가격이 사실상 2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현재 환율을 적용해도 한국 가격이 비싼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한국 내 가격은 '아이폰14'가 125만원, '아이폰14 플러스'가 135만원, '아이폰14 프로'가 155만원, '아이폰14 프로맥스'가 174만원부터 각각 시작된다. 이날 달러당 환율 기준인 1천381원으로 적용했을 경우 기본 모델 가격은 약 15만원, 플러스는 약 11만원, 약 17만원, 프로맥스는 약 22만원 더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모델별로 12~17%가량 더 비싼 것이다.
특히 최고 사양인 '아이폰14 프로맥스' 1테라바이트 기종을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무려 250만원으로, 전작 대비 33만원(17.4%)이나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한국 내 가격을 책정할 때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1천421원"이라며 "이날 기준 환율인 1천381원보다 훨씬 높게 적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아이폰14 프로맥스' 128기가바이트 기종의 경우 미국 가격이 1천99달러인데 비해 국내 가격은 175만으로 책정됐다"며 "이 경우 적용 환율은 1천448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북미 외 지역인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의 판매가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 '아이폰14 프로' 가격은 세금을 포함해 14만9천800엔으로, 최근 환율인 100엔당 약 959원을 적용하면 약 143만7천원이다. 한국 판매가 보다 일본이 10만원 이상 저렴한 것이다.
애플 측은 북미 외 지역 가격을 두고 환율 외 다른 사업적 요소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하는 분위기지만, 애플의 이 같은 한국 홀대는 이번 뿐만이 아니란 점에서 더 크게 문제되고 있다.
실제로 전작인 '아이폰13' 시리즈에서 최고 사양인 '아이폰13 프로맥스'의 국내 출고가는 214만5천원이었다. 미국 출고가는 1천599달러로, 당시 환율로 계산했을 때 국내 가격이 20만원가량 비쌌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애플은 '아이폰11'을 출시하면서 미국·일본·중국 등 대부분 지역에서 가격을 인하했지만, 국내 출고가는 그대로 유지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아이폰12 출시 때도 미국 출고가 대비 국내 판매 가격이 23만원가량 비쌌다.
한국과 달리 다른 국가에서는 가격 인하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 중국에서 아이폰 가격을 최대 600위안(약 12만원)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보통 신작을 출시한 뒤 전작 출고가를 인하하는데, 이보다 전에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애플의 1차 출시국에 포함된 적도 없다. 대부분 2~3차 출시국에 포함되면서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 일본 등 1차 출시국보다 신제품을 한 달가량 늦게 구입할 수 있었다. 지난 2020년 한국 시장에 좀 더 이르게 제품을 선보였지만, 1차와 2차 사이 시점에 내놔 '1.5차' 출시국으로 분류됐다.
애플이 지난해 한국에서 납부한 법인세는 매출 대비 0.9%에 불과하다. 전 세계 매출 대비 평균 법인세 비중이 4%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매출 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적게 납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역사 왜곡과 관련한 논란도 꾸준히 있어왔다. 애플은 한국 판매용 아이폰에만 지도에 '독도'를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일본이 주장하는 '다케시마'로 표기됐고, 이외 국가에서는 표기를 아예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문제는 지난 10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애플 인공지능(AI) 시리에 "한국에 대해 알려줘"라고 질문하면 '일본 제국령 조선'이라고 소개하고, "독도는 누구의 땅이냐"고 물으면 '독도가 한국 땅이 아닌 13가지 이유', '독도가 일본 땅인 13가지 이유' 등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올해 초 '중국 설' 표기로도 비판을 받았다. 애플은 지난 1월 유튜브 채널에 단편 영상을 공개하면서 제목에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라고 표기했다. 음력설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대다수의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인데, 중국 중심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일각에선 애플이 이 같은 문제에도 개선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두고 강력한 팬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방적 가격 인상, 역사 왜곡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음에도 열렬한 지지층들이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해주고 있어서다. 실제로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2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일각의 주장대로 연내 '애플페이'까지 도입된다면 점유율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애플의 계속된 한국 홀대 때문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경쟁 제품인 삼성 '갤럭시폰'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다. 특히 '아이폰14'의 터무니 없는 국내 출고가 인상으로 지난해 수준으로 가격을 유지한 '갤럭시Z플립4·폴드4'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높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256GB 기준 국내 출고가는 '갤럭시Z플립4'이 135만3천원, '갤럭시Z폴드4'가 199만8천700원이다. '갤럭시Z플립4' 가격은 전작보다 9만9천원 오르는데 그쳤고, '갤럭시Z폴드4' 가격은 동일하다. 같은 256GB 기준 '아이폰14 프로'는 170만원, '아이폰14 프로맥스'는 190만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아이폰14' 시리즈는 메모리 사양에 따른 가격상승폭도 '갤럭시'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폰14' 시리즈의 256기가 기종과 512기가 기종 가격 차이는 30만원으로,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 265기가와 512기가 기종 가격차(12만1천원)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전 세계적으로 심해 가격 부담에 따른 애플의 이탈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어 삼성으로선 이 수요를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며 "애플 '아이폰14'가 생각보다 혁신적이지 않다는 평가 속에 삼성 '갤럭시Z4' 시리즈의 제품 완성도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은 만큼 판매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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