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통과시키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자국 내 생산 제품에 국한하기로 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 전기차의 미국 수출 타격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IRA 시행에도 불과하고 현대차와 기아가 신공장 증설기간 단축과 환율 약세 효과 등에 힘입어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2주간 올해 4번째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정 회장은 미국의 IRA 시행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위해 현지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아이오닉5와 EV6 등 전기차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어 미국 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전기차 차별 문제를 미국 측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해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안 본부장은 디스 위원장과의 면담과 관련해 "전기차 문제를 풀어가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미 간 IRA 문제를 포함해 향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통상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자는데 양측이 공감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안 본부장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만나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협의체 구성에도 합의했다. 산업부는 정부합동대책반을 통해 이번 안 본부장의 방미 결과를 관계부처와 공유한 후 한미 협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IRA 시행에 따른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보조금 제외 이슈가 과장된 리스크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신설을 추진 중인 미국 조지아 신공장의 경우, 조기 가동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당초 내년 상반기로 계획했던 조지아 전기차 공장 착공 시점을 오는 10월 조기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2024년 하반기 전기차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지아 전기차 공장은 연산 30만 대 규모로, 현대차는 이후 증설을 통한 생산 능력 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미국 공장의 활용도 가능성이 대두된다. 현대차는 알라바마에, 기아는 조지아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현재는 현지 전기차 생산이 이뤄지진 않고 있다. 그러나 아이오닉5와 EV6, EV9 생산을 위한 라인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에서의 배터리 조달이 이슈가 될 수 있지만, 미국에 생산 시설을 갖춘 한국 배터리 회사와 협업이 예상된다.
최근 원화 약세 추세도 현대차와 기아가 대응하는 데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천380원대를 넘어서며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환율 1천144원대 대비 20% 이상 원화가치가 절하된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미국 시장 1위 테슬라 차량과 약 2만 달러의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현대차·기아의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의 경우,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로 인해 보조금의 50%인 3천750달러 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이오닉5와 EV6 가격 대비 3천750달러는 7~8% 수준으로, 향후 1년간은 원화 약세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8~10월 우려됐던 아이오닉5, EV6에 필요한 전력 반도체 공급 문제가 해결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다시 2위로 복귀할 것"이라며 "미국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고성장함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성장 스토리가 재부각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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