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가 사실상 무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한 전통시장을 찾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에 대해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대형마트 업계는 '한숨'을 쉬었다.
5일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와 관련해 "정부의 의지가 있다하더라도 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으로 봐왔다"라면서도 "대통령이 아예 쐐기를 박아버려 더 이상의 논의 자체를 막아버린 셈이 됐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와 관련해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규제심판원에서 논의 중인 이번 사안에 대해 "최대한 잘 대화가 되고, 서로 상생 방향에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규제 개선 1호 과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를 꺼내면서 이를 '국민제안'에 올린 바 있다. 국민제안은 이전 정부의 '청와대 청원'과 유사한 여론 청취 방법이다.
이미 여러 조사를 통해 다수의 국민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를 원하고 있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에 국민제안에서도 이 안건은 50만표 이상을 얻으며 10개 규제 개혁안 중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결과 발표 얼마 뒤 "어뷰징 등이 의심된다"면서 국민제안 자체를 무효화 했다. 대신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4일 국무조정실은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과 0~10시 영업시간 제한 폐지를 규제심판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지난달 24일 열릴 예정이던 2차 규제심판회의를 돌연 연기한 상태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달 25일 서울 암사종합시장에 방문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현행과 같이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현행처럼 유지하는 것으로 정책이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권 초기 규제 폐지에 기대를 모았던 대형마트 업계는 불과 한 달 사이 벌어진 여러 일들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어차피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였기에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규제 개혁 1호로 선정돼 기대를 했었지만, 역시나 결과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미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이커머스로 옮겨가고 있고, 규제를 받지 않는 식자재마트 등 중소대형마트가 재래시장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눈치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가 무산되자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재래시장 상인 어르신들의 표가 걱정되서 그랬냐"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A씨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다"며 "소비자 불편을 주는 정책이 성공한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실제 다수의 국민들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58.3%)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완화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아도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했다고 답한 소비자는 8.3%에 불과했다.
소비자정책 감시단체인 컨슈머워치도 "의무휴업제 폐지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실망이 매우 크다"며 "소비자는 주말에 장을 볼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고,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를 규제해 생존하겠다고 주장한다면 결국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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