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결승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 하지만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은 웜업존만 달궜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팀의 미래를 위해 어린 선수들의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권순찬 감독의 쉽지 않은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19일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준결승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세트 스코어 0-3(17-25 19-25 22-25)으로 완패했다.
2010년 우승 이후 컵대회 정상과 연을 맺지 못했던 흥국생명. 도로공사를 꺾는다면 모처럼 챔피언 자리에 오를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아쉬움 속에 대회를 마감했다.
이날 흥국생명은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지 않았다. 조별리그를 뛰었던 김연경을 비롯해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 아웃사이드 히터 김미연 등이 휴식을 취했다.
이들이 뛰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어린 선수들이 코트를 지켰다.
그러나 이 모습이 당초 흥국생명이 계획했던 장면이다. 권 감독은 이번 컵대회를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 위주로 준비했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계획이 틀어졌다.
컵대회를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던 선수들 대부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조별리그 출전이 무산됐다. 가용 선수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베테랑들이 경기에 나서야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자정에 선수들의 격리가 해제됐다. 격리 기간 동안 훈련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 권 감독도 고민이 적잖았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두 달 동안 준비한 선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결국 선수들은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차량을 이용해 새벽에 순천에 도착했다. 그리고 잠깐의 휴식 후 곧바로 경기를 준비했다.
격리로 팀의 경기를 TV로만 지켜봐야 했던 김다솔, 박은서, 박현주, 변지수, 박상미는 이날 경기에 출전하며 조별리그를 소화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비록 결과는 완패로 끝이 났지만 권 감독의 믿음에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뛰었다.
/순천=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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