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㊸ '011·016·019→010 통합' 논란…번호이동 패닉 [김문기의 아이씨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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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8부. 3G 시대 개막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 한국데이터통신(LGU+),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T)가 설립된 지 꼬박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이동통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해 슬로우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우로, 다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습니다. 5G 시대 정보통신 주도권 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다시 도전에 나서야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독자의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주]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자 전 KTF, KT 대표,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LG텔레콤]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자 전 KTF, KT 대표,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LG텔레콤]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IMT-2000과 함께 이동통신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주제는 통합번호제도였다. 요약하면 ‘식별번호 010 논란’이라고 부를 수 있다.

2001년말 KT그룹은 정보통신부에 번호이동성 도입을 건의한다. 번호이동성이란 현재 가입한 사업자가 아니라 다른 사업자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자신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에 가입해 ‘011-xxx-xxxx’ 번호를 쓰던 고객이 LG텔레콤으로 사업자를 바꾸더라도 기존 011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

아울러 새롭게 상용화될 예정인 IMT-2000의 경우 식별번호 010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하자면 기존 2G 이전번호는 번호이동성 제도를 통해서 사업자 경계를 허물고, 3G에 신규 가입하는 고객들은 010 식별번호를 받게 되는 셈이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즉각 반발했다. SK텔레콤은 011 식별번호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을뿐만 아니라 높은 점유율을 통한 브랜드 입지를 굳힌 상태였다. 그에 따른 영업과 마케팅, 홍보에 총력을 기울여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KT의 주장이 사업자 요구 사항을 마치 소비자의 요구인양 교묘하게 포장했다고 비난했다.

LG텔레콤은 다른 의미로 반박했다. 유효경쟁체제가 정립되지 않은 시점에서 번호이동성 도입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LG텔레콤의 경우 식별번호 019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사장될 수도 있었기 때문.

사업자의 반발이 있기는 했으나 정보통신부는 빠르게 움직였다. KT그룹의 정식 건의문이 전달된지 1개월도 채 안된 2002년 1월 2일 IMT-2000 서비스가 시작한 이후 6개월 이내 번호이동성 서비스를 시행키로 했다. 다만 기존에 이미 가입해 사용한 번호는 시행 1년후의 시장상황을 검토해 도입방식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향후 신규 서비스는 010 공통식별번호로 통합하고 5년 이내 011과 016, 019를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3월 28일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는 IMT-2000 서비스 가입자에게 부여할 공통식별번호 010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을 확정했다. 식별번호는 같지만 국번호에서 사업자를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동기식 사업자를 우대해 LG텔레콤은 국번호 첫자리 ‘2’를 받았다. 인기 있는 번호인 ‘3’은 추첨을 통해 KT아이컴이 가져갔다. 남은 ‘7’은 SK IMT에게 부여됐다. 가령, LG텔레콤은 ‘010-2xxx-xxxx’, KT아이컴은 ‘010-3xxx-xxxx’, SK IMT는 ‘010-7xxx-xxxx’로 쓴다.

또한, 중장기적 과제로 통합번호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무선통합 시대 도래와 3세대통신(3G) 도입을 감안해 사업자간 서비스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변별된 번호가 아닌 통합번호가 추진돼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같은 정보통신부의 통합번호제도 지침은 시장의 많은 혼란을 가져왔다. 유무선통합 시대가 도래하기는 했으나 각기 역무에 따라 나뉜 번호를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뿐만 아니라 발생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다. 마치 외래어표기법이 바뀌면 전국 수많은 이정표를 다 교체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번호가 통합된다면 통신역무 역시 재조정이 필요하다. 역무가 재조정되면 정책과 규제도 달라져야 한다. 게다가 사업자 불만이 크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조정하는게 쉽지 않았다. 당시 전문가들은 시외전화 4자리를 3자리로 바꾸는데도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보통신부 깜짝 발언…판 뒤집기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구도는 2002년 하반기 또 다시 전환됐다. 2002년 11월 12일 KT와 LG텔레콤이 번호공동사용제도 도입 건의문을 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 사업자와 상관없이 식별번호를 자유롭게 선택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건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11월 13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이 깜짝 발언에 시장이 뒤집혔다. 이 장관은 IMT-2000 번호부여와 관련해 식별번호 통합뿐만 아니라 국번호까지 없애겠다고 말했다. ‘2,3,7’ 이라는 국번호 첫자리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 대신 국번호를 5자리로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2002년초 발표한 번호제도를 뒤집은 결과로 그 여파가 상당했다.

정보통신부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번호공동사용과 번호이동성 제도를 동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기는 IMT-2000 상용화에 따라 도입하겠다는 의도였다.

누구보다 SK텔레콤이 강하게 반발했다. 011 브랜드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SK텔레콤으로서는 번호공동사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필요하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대강 입장을 보였다. KTF와 LG텔레콤은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번호이동성 제도의 경우에는 시차가 필요하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보통신부는 2003년 1월 16일 ‘이동전화번호개선계획’을 마련하면서 1년만에 판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2004년 1월 1일부터 신규 고객의 경우에는 010 식별번호만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번호이동성제도도 같은 시기에 도입하나 사업자별로 시차를 두기로 했다.

예를 들어 LG텔레콤이 도입한 후 6개월 후에 KTF가 적용되고, 또 다시 6개월 후 SK텔레콤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즉, 2004년 1월 1일에 LG텔레콤 가입자는 SK텔레콤과 KTF로 사업자를 바꾸더라도 019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대신 SK텔레콤과 KTF 가입자가 LG텔레콤으로 사업자를 바꾸면 기존번호를 사용하지 못하고 019번호를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2004년 7월 1일 KTF가 번호이동성제도를 적용받으면 SK텔레콤 가입자가 KTF나 LG텔레콤으로 사업자를 변경하더라도 011 기존 번호를 사용하지 못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기존 016과 019번호를 쓸 수 있게 된다.

이같은 결정은 IMT-2000 신규 서비스에 대한 식별번호 010 통합보다 한발 더 나아갔으며, 1년간 시장 상황을 보고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결과였다. 게다가 국번호로 구분하겠다는 제도 역시 백지화됐다.

정보통신부의 논리는 간단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가입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서비스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번호이동제도를 동시에 적용할 경우 SK텔레콤이 점유율 5%가 증가하지만 KTF와 LG텔레콤은 각각 3%, 2% 가량 감소했다. 반대로 시차를 두면 SK텔레콤은 2% 감소하지만 LG텔레콤과 KTF는 각각 1.2%, 0.8% 증가한다는 보고서를 근거로 활용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동전화번호개선계획이 누구를 위한 개선인지 모호했다는 점이다. 고객입장에서는 원하는 번호를 부여받지 못할뿐만 아니라 일방향으로만 번호이동이 가능했다. 게다가 복잡하기까지 했다. 즉, 사업자를 위한 번호계획일뿐 국민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시민단체 반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SK텔레콤의 반대 역시 만만치 않았다. 011 브랜드 무력화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011 브랜드를 잃게 된다면 홀로 요금 인가제를 적용받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경쟁이 쉽지 않았다. 조기번호 부여에 따라 그간 쏟아부었던 011 영업과 마케팅, 광고, 홍보 전략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했다.

결론적으로 이동전화번호개선계획은 2003년 1월 27일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를 통해 원안대로 통과했다. 번호이동성 제도 시차 적용의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 의심의 눈초리…커져가는 의혹

이동전화번호개선계획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 중에서도 발표 시점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03년초는 故 김대중 정부가 물러나고 故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는 시기였다. 임기말, 인수위가 활동하던 때였다.

게다가 당시 이동전화번호개선계획을 이끈 인물인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은 KTF와 KT 대표를 역임한 인사였다. 2001년말 번호이동성제도 등을 정보통신부에 건의할 당시 이상철 장관은 KT 대표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선계획이 결과적으로 2위 사업자인 KTF가 이익을 얻을 것이라 분석하면서 합리적 의심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또한 KTF와 KT아이컴이 합병을 이루기 전 통합법인의 대표로 남중수 사장이 선임되자 이같은 인사에 이 장관이 간접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상당했다. 대체적으로 임기말에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을 의식하듯 이상철 장관은 개선계획이 이미 오랫동안 논의한 결과며, 언제 발표되더라도 시기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해명했다. 인사 역시도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통신위원회 확정과 함께 시민단체의 반발은 점차 커져갔다.

참여자치정보센터,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등 전국 22개 정보통신과 소비자 단체로 구성된 정보통신소비자권익찾기시민행동은 소비자를 무시한 처사라 맹비난했다. 당시 011로 번호를 바꿀 수 없다는 점에 분노한 고객들도 있어, 011 브랜드 파워를 실감케 하기도 했다. 특히, 특정업체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감수하면서도 정책을 강경하게 밀어붙인 정통부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꼬집었다.

시민단체의 반발은 예견된 일이었다. 중장기적 정책인 이동전화번호개선계획은 단 한차례의 공청회도 열지 않고 통과됐기 때문. 결과적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이상철 장관을 출석시켜 이 문제에 대해 비판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야당은 식별번호 폐지에 따라 3천200만명의 이동전화 가입자가 명함과 카탈로그, 간판까지 바꿔야해 부대비용이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난도 일었다. 여당은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하면서 찬성입장을 밝히기는 했으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철 장관은 6월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 오락가락 정부정책…2004년 첫 시행

2003년 4월 KTF가 IMT-2000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010’ 번호 첫 부여가 임박했다. 하지만 사업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국회까지 나서자 정보통신부는 한발 물러섰다.

3월 3일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는 국번호 첫번째 자리는 ‘2’로 고정하고 두번째자리 숫자에 사업자번호를 배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SK텔레콤은 ‘0’, LG텔레콤은 ‘1’, KTF는 ‘9’를 부여했다. 가령, SK텔레콤은 ‘010-20xx-xxxx’, LG텔레콤은 ‘010-21xx-xxxx’, KTF는 ‘010-29xx-xxxx’가 되는 셈이다.

다만, IMT-2000 상용화가 연기되면서 010 번호 부여 역시 미뤄졌다. 당초 6월 열기로 한 공청회 역시 열리지 않았다. 번호정책 변경에 따른 국민과 산업의 영향을 분석한 KISDI 보고서도 제출일자가 밀려 11월로 예정됐다.

게다가 KISDI의 수요조사가 이동전화번호개선정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지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신뢰도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KISDI 내부에서도 익명의 양심발언이 일기도 했다. 또 일부는 이상철 장관이 임기말에 무리한 정책 추진이었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정부 정책결정에 따른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그 사이 또 다시 010 번호제도 변경이 검토됐다. 2008년부터 모든 이동전화번호를 010으로 통합한다는 궁극적 목표는 그대로였으나 010 신규 가입자의 경우 기존 국번호와 끝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번호 첫자리만 추가하는 식으로 바꾸겠다는 것. 가령, SK텔레콤 가입자가 011-abc-dfgh’라는 번호를 쓰다 KTF나 LG텔레콤으로 전환하는 경우 011 식별번호는 ’010’으로 바뀌고 ‘abc-dfgh’는 그대로 살리는 것. 대신 국번호 첫자리가 2~9 중 하나가 추가된다. 최종적으로 번호는 ‘010-(2~9중 하나)abc-dfgh’가 된다.

다만, 이 국번호 첫자리에 대한 사업자 의견이 엇갈렸다. SK텔레콤은 이미 국번호 첫자리를 ‘9’로 쓰는 고객이 약 900만명이 있다는 근거를 들어 ‘9’를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KTF와 LG텔레콤은 그 마저도 브랜드화할 수 있다며 번호통합정책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의 빗발치는 지적에 정부도 오락가락하자 불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결국 정보통신부도 계획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9월 23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010 식별번호를 보유한 고객이 전체 약 90% 이상을 돼야만 강제 전환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기존 정책 방향을 철회할 뜻을 내비쳤다.

결국 정보통신부는 10월 24일 통신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시행 등에 관한 고시’를 발표했다.

2004년 1월 1일부터 기존 이동전화 가입자가 번호이동을 선택하면 사업자가 바뀌더라도 보유한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경쟁과열로 인해 번호이동이 심화될 우려가 있어 초기 3개월간 재이동을 제한했다.

이동전화 신규 가입자의 경우 010 식별번호가 부여된다. 당초 2007년까지 011과 016, 019를 회수하고 010으로 통합한다는 내용은 철회됐다. 010 식별번호 사용자가 전체 90%를 점유하는 수준이 되면 재검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즉, 기존 사업자별 식별번호는 서비스 종료 전까지 쓸 수 있게 열렸다.

사업자의 희비가 갈렸다. 010 강제통합을 막아 SK텔레콤 입장에서는 011 브랜드를 그나마 지킬 수 있게 됐다. KTF와 LG텔레콤은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010 정책은 오락가락을 반복했다. 11월 27일 통신위원회가 010 국번 첫 두자리수에 대해서 SK텔레콤은 ’31’, KTF ’30’, LG텔레콤 ’39’를 부여한다고 확정했다. 기존 가입자가 010을 쓰길 원한다면 기존 번호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국번호 첫자리에 임의의 수를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9000’번 국번을 놓고 사업자들간 갈등이 불거졌다.

정보통신부는 12월 24일 기존 이동전화 가입자가 010을 선택할 경우 3자리 국번 사용자의 경우 앞에 한자리를 추가하고 4자리 국번을 사용하는 고객은 국번 첫자리나 일부 두자리를 바꾸는 방식으로 변경한 ‘기존 이동전화 번호의 010 전환용 국번호 부여 방안’을 발표했다.

한편,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에 앞서 이통3사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KTF와 LG텔레콤은 ‘011’을 폄하하는 광고를 연일 내보냈으며, SK텔레콤은 본래 브랜드인 ‘스피드 011’을 살려 ‘스피드 010’ 상표등록을 추진했다.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한편, 011과 016, 019 골든번호를 보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이용해 홍보 마케팅에 전력투구했다.

시장이 과열되자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11월 14일 리츠칼튼호텔에서 이동통신3사 CEO와 조찬회동을 갖고 과열경쟁 자제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번호이동성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홍보문안을 작성하는 등의 공정경쟁에 나서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2004년 1월 1일. 드디어 번호이동성제도와 함께 신규 가입자 010 식별번호 부여가 시작됐다. 하지만 시장의 혼란은 여전했다. 계속해서 바뀐 정책에 따른 마케팅과 홍보뿐만 아니라 내부 시스템 마련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010으로 전환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일부 사업자 내부에서 골든번호를 탈취한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정보통신부는 즉각 조사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다만, 정책의 혼선을 야기시킨 정보통신부가 사업자탓만 한다는 비난도 일었다. 파행을 거듭한 010 번호통합은 정보통신부와 이통3사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스템 완비가 예상되는 1월 29일부터 정상 가동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안정화 추세에 접어든 010 통합은 정상화 이후 1개월을 맞은 2월말 200만명의 가입자를 돌파하며 순항했다.

2000초중반 이동통신에 가입하거나 또 사업자를 바꾸거나, 단말을 교체한 기억이 있다면 010으로 번호를 바꾸거나 국번호가 한두자리 더해지는 경험을 해본적이 있을 터다. 바로 이러한 일들 때문에 벌어진 기억이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

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

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

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

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

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

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

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

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

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

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

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

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

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

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

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

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

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

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

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

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

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

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

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㉖ 제3 이동통신사 찾아라…新 PCS 선정 개막

㉗ ‘LG텔레콤 vs 에버넷’…‘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

㉘ PCS 사업자 확정…‘한국통신·LG·한솔’

㉙ ‘016’ 한국통신프리텔·‘018’ 한솔PCS·‘019’ LG텔레콤

㉚ ‘PCS 경합’…64세 어르신도 번지점프 했다

㉛ 이동통신 5사 ‘각자도생’…춘추전국시대 개막

6편. 이동통신 혼돈의 세기말

㉜ 3G IMT-2000 향한 첫 항해 시작

㉝ 이동통신 1천만 돌파했으나 ‘풍요속 빈곤’…新 브랜드 ‘SKY’ 탄생

㉞ 스무살의 011 TTL·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묻지마 다쳐

㉟ ‘SK텔레콤+신세기통신’ 인수합병…사상 첫 점유율 낮추기

㊱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 인수합병…춘추전국→삼국정립

7편. 3세대 이동통신(IMT-2000)

㊲ ‘SK·한통·LG·하나로’ IMT-2000 도전…춤추는 정부

㊳ 하나로통신 007 작전…’정부·재벌’ 허 찔렸다

㊴ SK텔레콤·한국통신 IMT-2000 입성…LG·하나로 ‘탈락'

㊵ LG텔레콤 vs 하나로통신…동기식 IMT-2000 주인 찾았다

8편. 3G 시대 개막

㊶ IMT-2000 표류…CDMA2000 비상

㊷ 연기 또 연기…3G WCDMA 초라한 등장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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