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배태호 기자]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제강사를 포함한 11개 업체가 조달청 입찰 과정에서 수년간 담합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공정위가 이들 업체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수천억원 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또 이 가운데 7개사 전·현직 직원들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나누고 투찰 가격을 합의한 현대제철 등 11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2천5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적발된 11개사 중 7개사 전·현직 직원 9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조달청은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 등 각종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철근을 구매하기 위해 1년이나 2년 단위로 총 130만~150만t(1년 치, 총 계약 금액 9천500억원)의 물량에 대해 입찰을 하고 있다.
해당 물량은 국내 전체 철근 생산량의 10~15% 규모다.
철근은 철스크랩(고철)을 녹여 빌렛(Billet) 등을 생산하는 과정인 '제강 공정'과 빌렛 등을 압연하는 '압연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번에 공정위에 입찰담합이 적발된 제강사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와이케이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 7개사다.
이와 함께 화진철강, 코스틸, 삼승철강, 동일산업 등 4개 압연사(빌렛(Billet) 등을 구매한 뒤 압연 공정을 통해 철근을 생산하는 업체)도 담합에 동참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달청 입찰은 입찰자가 계약할 희망수량과 단가를 투찰하면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 순으로 조달청 입찰공고 물량을 채울 때까지 입찰자를 낙찰하는 '희망수량 경쟁방식'으로 진행됐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에서는 입찰자가 써낸 가격으로 계약을 맺는게 일반적인데, 이 사건에서는 최저가격으로 투찰한 입찰자의 가격으로 다른 입찰자도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입찰 담합에서 적발된 업체들이 낙찰 물량 배분과 함께 최저 투찰가격 적용에 따른 가격 합의까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공정위 조사 결과 적발된 업체들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 입찰까지 매번 일정 비율(물량)으로 낙찰을 받았고, 단 한 번도 탈락한 업체는 없었다.
이들 업체 외에 동아에스앤티, 한동찰강공업, 항진제강 등 3개 사업자도 입찰담합에 가담했지만, 이들 업체들은 파산하거나 폐업하면서 종결 처리됐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입찰 당일 최종 결정된 각 업체별 배분 물량과 투찰가격을 점검하고, 투찰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들이 구(舊)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3호(물량배분담합) 및 제8호(입찰담합) 위반한 것으로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에 대한 과징금이 866억1천300백만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동국제강 461억7백만원, 한국철강 318억3천만원, 대한제강 290억4천만원, 환영철강공업 206억7백만원, 한국철당 163억4천4백만원 순으로 많았다.
이 밖에도 화진철강 등 압연사 4곳에 대해서도 8천2백만원에서 11억8천6백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번 조치는 철근 입찰 시장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이루어진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으로, 제강사들이 담합을 통해 경쟁을 제한해온 관행을 타파하며, 향후에는 철근 시장에서의 경쟁 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국장은 "공정위는 물가상승의 우려가 지속되는 국면에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 외에도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하는 원자재·중간재 담합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배태호 기자(b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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