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올해 국내 증시 약세가 지속되면서 증권사들도 부진한 2분기 성적표를 받고 있다.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증권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증권이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수익 다각화가 실적 방어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익스포져가 신용위험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관련 리스크에 대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부동산 PF 관련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천428억원, 영업이익 487억원, 당기순이익 3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84.1%, 14.5%, 17.9%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경우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3번째 실적을 달성했다.
우선 보유 채권 규모를 축소해 평가 손실을 최소화한 점이 호실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증권사들은 채권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채권운용손실이 불가피했다. 지난 2분기 국채 3년물 기준금리는 1분기보다 0.89%포인트 급등했다. 보유 채권 규모가 많으면 많을수록 손실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6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보유 채권잔고는 2조6천900억원으로 작년보다 14.2%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5.4%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대형사들이 운용하는 평균 채권규모는 20조원가량이다.
또한 현대차증권은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해 리테일 수익 감소분을 상쇄했다. 현대차증권의 2분기 IB 부문 순영업수익은 전년동기대비 51% 증가한 560억원으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1분기 송도H로지스 물류센터를 매각했으며, 2분기에도 용인 남사 물류센터 딜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스프레드, 차익거래 등 보수적인 운용을 통해 급격한 금리 변동에 대응할 수 있었다"며 "IB 부문에서도 분양시장 침체를 미리 예상하고, 물류센터, 오피스 등과 같은 임대 자산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부동산 PF 사업을 확장하면서 관련 리스크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증권사들은 높은 수준의 금리와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로 채권운용,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사업 부문에서 수익창출 능력이 악화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익스포져 손실이 발생하면 수익성과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구, 대전 등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경기의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자금 조달 여건도 비우호적인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어 PF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지난 3월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져 비중은 임계수치(10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응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해당 수치가 100%를 초과하면 리스크가 높다고 나이스신용평가는 판단했다.
또한 현대차증권은 중후순위 비중도 임계수치(75%)를 초과했다. 후순위성은 사업장 부실 시 회수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중후순위의 경우 변제우선순위가 낮아 잔여재산에 대한 청구권이 상대적으로 열위하다. 중후순위 비중이 75%를 초과할 경우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한다. 전체 증권사의 평균 중후순위 비중은 40%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하강 위험이 증가하는 가운데 과도한 부동산 익스포져는 신용도의 부담 요인"이라며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져 비중이 과중하고, 브릿지론과 후순위성 비중이 높은 증권사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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