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잇달아 한국에 연구·개발(R&D)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한국에 투자한다는 명분도 챙기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4위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최근 경기도에 R&D 센터를 짓기로 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삼성 평택 공장 방문을 찾았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반도체 장비 중 하나가 어플라이드 제품이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R&D 센터를 통해 고객사와 협업하고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와 시기는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 3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미국 램리서치는 지난 4월 경기도 용인 지곡산업단지에서 최첨단 R&D 시설인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KTC)를 열었다. 램리서치가 아시아에 짓는 첫 R&D 센터로, 3만㎡ 규모에 최대 50개 장비가 들어가는 클린룸을 보유했다.
팀 아처 램리서치 회장은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는 램리서치 글로벌 R&D 네트워크의 강력한 확장"이라며 "고객과 긴밀한 기술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4위 장비 업체인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도 1천억원을 들여 화성의 R&D 시설을 대규모 증축한다. 내년 10월까지 지상 6층, 연면적 1만평 규모의 첨단 R&D 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으로 만드는 네덜란드 ASML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화성에 2024년까지 2천400억원을 투자해 1만6천㎡ 규모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이처럼 R&D 기지를 한국에 구축하는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염두에 둔 행보다. R&D 센터 대부분이 삼성과 SK하이닉스 생산 공장이 있는 경기도에 들어서는 점도 이 부분을 뒷받침한다.
더구나 미국 업체들로선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 반도체 업체들과 협력을 논의하기 어려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만한 고객군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 적합한 장비 개발을 위해 이들 팹이 있는 곳에 장비 업체들도 R&D 센터를 구축하려고 한다"며 "한국에 투자한다는 명분도 챙기고 한국 업체와 비즈니스도 하는 실리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장비 업체들이 한국에서 생산 팹보다 투자 규모가 적은 R&D 거점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장비 업체들이 R&D 센터를 건립하며 관련 인재를 양성하기도 하는데 이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긍정적인 현상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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