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잇따라 배터리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80 폼팩터(기기 형태) 생산 라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오창공장에 총 7천3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신·증설에 나섰다.
우선 오창 2공장에 5천800억원을 투자해 총 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폼팩터(4680) 양산 설비를 구축한다. 오창 1공장에도 1천500억원을 투자해 4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2170)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신·증설 생산라인은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4680 배터리(지름 46mm·길이 80mm)는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이전에 나올 수 있는 가장 개선된 형태의 제품이다. 기존 2710 배터리에 비해 크기가 커지며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개선돼 전기차 주행거리도 16% 늘어나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또 같은 용량의 2170 배터리보다 공정 횟수가 적어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생산성도 높다.
현재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4680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부족으로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에 4680 배터리 생산을 요청해 왔다.
볼보와 재규어랜드로버 등도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며 4680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다. 삼성SDI의 최대 납품처인 BMW도 그동안 각형 배터리를 활용했지만, 원통형도 사용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원통형 배터리 양산설비 투자를 통해 약 13GWh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해 원통형 배터리 채용 완성차와 소형 전기차(LEV) 업체를 대상으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권영수 부회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원통형 배터리 채용에 대한 관심이 지속 증가함에 따라 공급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파우치, 원통형 등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춰 고객의 요구에 적시 대응하며 고객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도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천안과 말레이시아에 원통형 배터리 라인 증설에 나섰다. 이를 통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2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샘플 생산을 목표로 충남 천안공장에 4680 수준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파일럿 라인 증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4680 등 구체적인 폼팩터는 확정되진 않았지만 원통형 배터리의 중대형화 추세에 맞춰 제품 양산을 위한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83억6천만 셀에서 올해 106억6천만 셀로 약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에는 원통형 배터리 셀 수요가 285억8천만 셀로 168%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 형태별 경쟁 구도는 올해 각형 55%, 파우치형 26%, 원통형 19%에서 2030년에는 각형 43%, 파우치형 31%, 원통형 26%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4680 폼팩터를 들고나왔을 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기존 2차전지 제조 방식과 달리 셀 디자인에서부터 공정, 패키징 방식까지 달라지며 비용을 무려 56%나 줄일 수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 업체들의 4680 폼팩터에 대한 투자 결정은 테슬라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고무적으로 바라볼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하반기 테슬라의 미국 텍사스 기가팩토리(테슬라 생산 공장)에서 모델Y의 주당 생산성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4680 폼팩터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 4680 제조사들의 전략적 협의나 계약 이벤트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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