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향후에도 제습기 출시 계획이 없습니다."
그동안 제습기 출시설을 두고 선을 그었던 삼성전자가 올해 마음을 바꿔 신제품을 출시했다. 국내 제습기 시장에 재진출하는 것은 5년 만이다. LG전자·위닉스가 70%가량 점유하고 있는 시장에서 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순께 '삼성 인버터 제습기'를 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제품은 제습 성능은 높이면서 에너지 소비 효율은 1등급으로 맞춰 하루 종일 사용해도 전기료 부담이 적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저소음 모드'로 사용할 경우 '맥스 모드' 대비 소비전력을 최대 65%까지 절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한 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다 지난 2017년 단종시켰다. 당시 시장 규모가 해마다 감소했던 데다 제습 기능이 탑재된 에어컨,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제습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가전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굳이 별도의 제습기를 내놓을 필요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30만 대로 최정점을 찍고 이듬해에도 100만 대를 넘겼지만, 2016년에는 절반 수준인 55만 대, 2017년에는 20만 대로 크게 줄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무풍에어컨 갤러리 스탠드형 등 강력한 제습 기능을 갖춘 에어컨들을 꾸준히 내놨다. 또 에어컨이 제습기와 원리가 동일하지만 사용 시 더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에어컨은 열이 발생하는 응축기를 실외기로 빼지만, 제습기는 일체형으로 돼 있어 실내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제습기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도 태도를 급격하게 바꿔 올해 신제품을 5년 만에 출시했다. 최근 몇 년새 이상기후 여파로 습도가 높은 기간이 늘어나자 에어컨만으로 제습기를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시장도 지난해 50만 대 규모로 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날씨가 습해지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삼성전자 브랜드로 제습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시장의 요구가 높았다"며 "이를 고려해 이번에 신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부터 긴 장마 여파로 에어컨 수요가 부진한 반면, 제습기 같은 '장마 가전'들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장마 기간 동안 높은 습도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제습기 시장도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LG전자와 위닉스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직접 생산하지 않고 중국 우후(Wuhu)에 제품을 위탁생산해 공급 받는다는 점에서 기존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위닉스, LG전자의 경우 각각 국내와 중국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 이후 마른 장마가 지속되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제습 관련 제품 수요가 몇 년간 하향세였다"며 "2020년 역대 최장의 장마가 지속된 것을 기점으로 습도에 예민해진 소비자들이 에어컨 외 제습기를 따로 둬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관련 시장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최근 '비스포크'의 성공으로 가전 사업에 자신감을 갖게 되며 제습기도 다시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내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품 경쟁력과 가격 측면에서 기존 제품들보다 경쟁력이 크게 있진 않은 듯 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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