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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통상임금 사태 되나"…'임금피크제' 대법 판결에 기업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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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임금피크제 유효성 기준 두고 노사 입장 극명하게 갈려…기업들 소송대란 우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조가 기존 합의를 뒤엎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수십 년간 이어온 평화적인 노사 문화도 깨질 수 있어 걱정이 큽니다."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 회원들이 지난 2019년 11월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 회원들이 지난 2019년 11월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6일 노사 간 합의 하에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연령에 따른 차별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기업들이 비상 상황에 놓였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이 노사 양측이 주관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사안인 만큼 향후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이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경련은 8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과 예상 쟁점을 파악하고 향후 기업 대응방안 및 정책적 개선과제를 모색해보는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이 진단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연령만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도입 목적의 정당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업무량 조정 등의 대상조치 여부 등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이번 판결은 이미 노사 간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용 중인 산업현장에 노사 갈등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게 정년까지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고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취업기회를 제공하고자 도입된 제도"라며 "이러한 순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향후 재판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중한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가 발표했던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 통한 청년 고용여력 확보안 [사진=기재부]
기재부가 발표했던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 통한 청년 고용여력 확보안 [사진=기재부]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도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의 이해'를 주제로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가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의 쟁점 및 기업 대응방안'을 주제로 각각 기조발제를 했다. 또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이상희 한국공학대 교수가 참석한 패널토론도 진행됐다.

이날 김도형 변호사는 대법원이 정년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도입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 기준으로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업무량 조정 등 대상조치 도입 여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에 활용되었는지 여부 등 총 4가지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판결에서 문제가 된 사안은 임금피크제가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도입돼 그 목적의 정당성이 결여됐던 점과 임금삭감에 대응하는 업무내용 변경 등 대상조치가 미흡했던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60세 의무화 이전에 도입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이라며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법 개정 이후 정년연장 조치에 수반해 실시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판단 시 법 개정에 따른 실시 배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임금피크제 시행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대법원이 밝힌 임금피크제 유효성 기준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적용될지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2016년 1월)으로 정년이 연장된 이후 도입된 임금피크제 유효성은 어떻게 판단할지 ▲임금피크제 무효로 인한 임금 청구의 소멸시효는 임금채권(3년),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10년) 중 어느 것이 적용될지 등 판단하기에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의 줄소송이 예고돼 있어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대법원이 밝힌 기준에 따라 직무 대비 임금 삭감 정도의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확보된 재원의 활용방안, 이직·퇴직 대비 교육 등 보장책 등에 관해 노조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노사분쟁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량 및 업무강도 조정 등 대상조치 도입, 임금피크제 도입 전후 신규채용 규모 비교 등으로 임금피크제 유효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경영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번 판결이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에 한정된 판결인데, 사회 일각에서 이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임금피크제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이 높은 현실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의 취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것"이라며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시 개별 근로계약 또는 직군·직급 단위 근로자대표의 동의만으로 가능하도록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희 한국공학대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로 호봉급제를 사용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임금 연공성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저성장·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청년실업 문제와 함께 호봉급제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근본적인 임금체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임금피크제는 필요 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직무·임금정보 인프라 확충,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지원 확대 등으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번 판결로 산업현장이 동요되지 않도록 설명회 지원 등의 노력도 적극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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