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는 유니스트(UNIST) 신현석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육방정계 질화붕소(hBN, hexagonal Boron Nitride) 단결정을 여러 층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발표했다.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하 트랩, 전하 산란 같은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2차원 절연체 소재로 알려져 있다.
손톱만한 반도체칩 안에는 수십억 개의 미세소자가 들어있다. 무어의 법칙은 이 미세소자(트랜지스터)를 나노공정으로 더 작고 얇게 만들어 2년 마다 칩 안에 집어넣는 미세소자 숫자를 2배씩 늘린다는 법칙이다.
이를 통해 동일한 웨이퍼(둥근 실리콘 기판)에 만드는 칩 숫자를 늘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초미세 칩도 구현 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자를 미세화 할수록 단채널 효과(누설전류, 발열 문제로 트랜지스터 채널 손상)와 전하 산란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한다.
‘무어의 법칙’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후보 물질로 2차원 소재가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는 미세소자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실리콘을 이황화몰리브덴같은 2차원 반도체 소재로 대체해 전류누설, 발열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칩의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2차원 소재는 그 두께 자체가 원자 수준으로 얇아 원자 수준의 채널을 전류 누설과 같은 문제없이 구현할 수 있다. 표면에 불완전한 화학결합(댕글링 본드)이 없어 댕글링본드 때문에 발생하는 전하 산란을 억제할 수 있다.
2차원 반도체를 쓴 미세소자를 완벽히 만들기 위해서는 2차원 절연체를 기판과 반도체 소재를 분리하는 역할로 반드시 써야한다. 원자 두께의 2차원 반도체 소재를 절연체 없이 기존 반도체 기판 위에 바로 사용하면 기존 기판의 표면이 2차원 반도체 소재의 전하 산란과 전하 트랩과 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2차원 소재는 구성 원자끼리 2차원 평면 형태로 연결돼 있어 실리콘과 같이 3차원 구조 소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전하 산란이 발생하지 않는다.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유일한 2차원 절연체 물질이다.
그동안 2차원 절연체 소재를 반도체 소자에 쓸 수 있을 만큼 적절한 두께의 단결정으로 합성하는 기술 개발은 어려운 숙제였다. 연구팀은 합성에 필요한 재료의 농도를 조절하는 새로운 합성 방식을 통해 두께 조절이 가능한 육방정계 질화붕소 단결정을 합성할 수 있었다.
상용화가 가능한 큰 크기의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합성한 사례가 그 동안 네이처(Nature)나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바 있다. 단결정을 다층 박막 형태로 합성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이다.
신현석 교수는 “이번 연구로 무어의 법칙으로 대표되는 기존 고집적 반도체의 물리적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소재 합성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반도체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전해질막, 차세대 이차전지 전극소재, 양자 광원 등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보고되고 있는 만큼 소재생산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성과(논문명: Epitaxial single-crystal hexagonal boron nitride multi-layers on Ni(111))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6월 2일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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