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 1분기 942억원의 창사 이래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화정동 아이파크 철거비용 반영된 탓이다.
1조2천억원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계속된 현금창출력 및 재무구조 악화, 서울시 행정처분 등에 따라 유동성 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산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줄어든 6천857억원을 기록했다. 942억원 영업손실, 756억원 순손실을 각각 기록하면서 하락전환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적자다. 지난해 12월에 이은 2분기 연속 영업 및 순손실이다.
앞서 HDC현산은 1분기 매출액은 5.3% 증가한 7천31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2.5% 감소한 681억원, 순이익은 48.1% 감소한 4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HDC현산이 붕괴사고가 발생한 화정동 아이파크를 전면 철거하기로 하면서 분기보고서가 최근 큰 폭으로 수정됐다.
HDC현산은 일단 1분기에 총 공사손실충당부채 561억원, 충당부채 604억원 등 1천622억원을 반영했다. 주민보상금 등 추가 제반 비용까지 포함하면 3천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1년간의 영업이익 2천7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금흐름도 악화되고 있다.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즉, 영업활동을 할수록 현금이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나갈 돈만 발생하면서 재무구조는 흔들리고 있다. 부채비율은 20201년 1분기 126.9%에서 156.1%로 29.2%포인트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은 1조2천174억원으로 전년 동기(7천848억원) 대비 55.1% 증가했다. 국민은행 등으로부터 운영자금 명목으로 빌린 1조2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은 1년 내로 상환해야 한다. 단기차입금의존도는 55.1%에서 63.6%로 증가했다. 장기차입금은 3천442억원으로 171.2% 증가했다.
이로써 순차입금은 1조75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순차입금비율은 38.8%를 기록했다. 순차입금비율은 순차입금이 전체 차본총계 대비 비중을 나타낸다. 마이너스일수록 재무구조가 양호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1분기에는 -18.3%를 기록했다.
물론 단기차입금의 경우 한꺼번에 만기가 돌아오지 않는 데다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포함)이 여전히 1조2천억원으로 남아 있어 당분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 강등과 오는 9월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를 비롯한 면허정지 징계를 받을 경우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전체 차입금 가운데 2조4천600억원이 기한이익상실 등 채권자가 조기상환권을 청구할 수 있는 약정이 체결돼 있다. 영업정지나 취소처분을 받게 될 경우 6천900억원, 기한이익상실시 2천200억원을 즉시 상환해야 한다. PF유동화증권 차환이 차질을 빚을 경우 현금은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주택 업황도 어려워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업계의 수익성이 일제히 악화됐다. 여기에 계속되는 아이파크 비토 움직임까지 더해져 사업규모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미 HDC현산은 주택공급계획을 2만세대 이상에서 1만세대로 조정했다.
신용평가업계는 HDC현산에 대해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추가 강등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HDC현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하고 부정적 검토대상에 재등록했다. 한국신용평가도 A+에서 A로 강등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HDC현산이 보유한 현금과 HDC의 지원 등에 힘입어 버티고 있지만, 서울시 행정처분이 본격화할 경우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이미 1금융권에서는 HDC현산에 대한 PF 대출배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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