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연구팀이 인간 미토콘드리아 DNA의 아데닌 염기교정 기술을 내놓았다. 점 돌연변이 9개(10%)만 고칠 수 있었던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고 점 돌연변이 39개(43%)를 고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 DNA에 변이가 일어나면 5천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 심각한 유전질환 뿐 아니라 암·당뇨병·노화 관련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병원성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95개 중 90개는 DNA 염기 하나가 변이된 ‘점 돌연변이’이다.
점 돌연변이를 원래의 염기로 교정하면 대부분의 병원성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최근까지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은 불가했다. 2020년 미토콘드리아 DNA의 시토신(C) 염기를 티민(T)으로 교정하는 기술이 개발됐는데 점 돌연변이 9개(10%)만 고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미토콘드리아 DNA에서 아데닌(A) 염기를 교정하는 기술인 ‘TALED(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linked Deaminase)’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개발된 새 교정도구는 점 돌연변이 39개(43%)를 고칠 수 있어 미토콘드리아 DNA의 표적 범위를 비약적으로 늘렸다. 이로써 미토콘드리아 관련 다양한 종류의 동물 질환 모델 제작,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의 근본적 치료 길을 열었다.
1저자인 조성익 연구원은 세균에서 유래한 ‘DddA 시토신 탈아미노 효소’에 주목했다. 기존의 탈아미노 효소는 DNA 단일 가닥에 작동하는 반면 DddA는 이중가닥에 작동한다.
연구팀은 DddA가 DNA 이중가닥을 일시적으로 풀어 탈아미노효소를 DNA 이중 가닥에 접근할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이에 DddA와 아데닌 탈아미노 효소(TadA 8e)를 융합한 염기 교정 기술인 TALED를 제작했다. TALED를 인간 미토콘드리아 DNA에 적용한 실험 결과, 아데닌이 탈아민화되며 구아닌으로 치환됐다. 인간 미토콘드리아 DNA의 아데닌 염기 교정에 성공한 것이다.
나아가 시토신 탈아민화 효율을 높이는 UGI(Uracil-DNA glycosylase inhibitor) 단백질을 TALED에 융합하면 시토신과 아데닌의 염기 교정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UGI가 없으면 시토신 염기교정은 일어나지 않고 아데닌 염기만 교정됐다.
시토신과 아데닌의 동시 교정은 원하는 유전자의 무작위 돌연변이 유발에 아데닌 염기의 선택적 교정은 질병 치료 또는 질병 모델 제작에 사용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를 교정하는 유용한 도구 2가지를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총 17개의 미토콘드리아 DNA 내 표적 염기서열에 대해 TALED를 만들어 검증했다. 최대 49%에 달하는 높은 아데닌 교정 효율을 보여줬다.
교신저자인 김진수 전(前)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던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의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TALED는 다른 세포소기관인 엽록체에서도 작동 가능해 식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만큼, 분자생물학과 유전학 뿐 아니라 바이오제약·생명공학·농림수산업·환경 산업에도 폭넓게 이바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논문명: Targeted A-to-G base editing in human mitochondrial DNA with programmable deaminases)는 생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셀(Cell)에 4월 26일자로 실렸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