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 대한항공은 지난 18일 장거리 노선에 투입되는 대형기 보잉 747-8i의 동체, 날개, 엔진 내부까지 먼지와 이물질을 모두 제거하는 항공기 세척 행사를 열었다. 747-8i기는 운용 좌석만 368석에 달하는 대형기로 '하늘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동안 국제선 운항 축소로 격납고에서 대기만 했던 대형기의 묵은 때를 벗기며 항공 여행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항공업계가 리오프닝(경제 재개)에 따른 업황 회복으로 사업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현실화하면서 해외여행 제한 조치가 완화되고, 그에 따른 국제 여객부문의 점진적 회복이 예상되면서 항공업계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 "하늘길 열린다"…항공사, 국제선 증편 본격화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제선 운항에 움츠러들었던 항공사들이 대규모 국제선 증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국제선 운항 증편 허가를 받았다. 이들 항공사는 다음 달에 4월 대비 각각 주 16회, 주 4회 증편해 운항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LA·파리·런던 등의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LA·프랑크푸르트·런던 등의 노선을 증편할 계획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동남아와 휴양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증편에 나서고 있다.
에어부산은 이날 인천공항에 5개의 국제선 정기편을 신규 취항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토부로부터 인천 출발 ▲오사카(주 1회) ▲나리타(도쿄/주 1회) ▲나트랑(주 1회) ▲코타키나발루(주 1회) ▲괌(주 2회) 노선 정기편 운항 허가를 받았고, 5월부터 신규 취항에 나선다. 에어부산이 인천공항에서 한 번에 5개 노선 신규 취항에 나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에어부산은 신규 항공기 도입 계획도 밝혔다. 올해 기존 A321 항공기를 반납하고 차세대 A321neo 항공기를 2대 더 도입할 예정이다. A321neo 항공기는 타 저비용항공사의 주력 항공기보다 약 1천㎞ 더 운항이 가능해 싱가포르, 발리 등 중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하다. 에어부산은 지속적으로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해 인천발 중거리 노선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다음 달 인천-세부, 인천-클락 등 국제선 14개 노선 174회를 운항할 계획이다. 노선 수는 기존 8개에서 14개로 75%, 운항 횟수는 88회에서 174회로 98% 각각 늘어난다. 동남아 대표 휴양지인 베트남 다낭과 나트랑을 비롯해 필리핀 보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의 노선을 새로 운항한다.
에어서울도 5~6월 베트남 다낭과 나트랑 노선 운항을 각각 재개한다. 이로써 에어서울은 사이판과 괌을 포함해 4개의 국제선을 운항하게 된다.
티웨이항공은 다음 달 인천발 방콕·호찌민·다낭·싱가포르 노선을 새로 운항한다. 괌과 사이판 노선도 주 3회 운항으로 증편한다. 진에어는 다음 달 인천발 오사카·방콕·클락·코타키나발루 노선과 부산발 괌·다낭·방콕 등의 노선을 운항한다.
항공업계가 국제선 재개와 증편에 속도를 내는 것은 정부가 올해 말까지 국제선을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대비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내달부터 국제선 정기편을 5월 520회, 6월 620회 늘리며 7월부터는 주 300회씩 증편한다고 밝혔다.
◆ 해외여행 수요 급증에도 PCR 검사 등 부담…"방역 규제 완화 필요"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에 여행업계도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G마켓과 옥션에 따르면 정부가 해외입국자 자가겨리 면제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해외여행 상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외 항공권 판매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876% 급증했다. 해외 현지투어 상품도 781% 이상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홈쇼핑들도 앞다퉈 해외 패키지여행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CJ온스타일의 경우, TV생방송 채널에서 판매한 하와이 패키지여행 방송은 밤늦은 시간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약 90억원의 주문금액을 기록했다. 지난 3일 두 차례 진행한 북유럽 여행 패키지 상품 방송도 총 주문금액 43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고객 호응이 매우 높았다.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유지되는 방역 규제는 부담이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려는 입국자들은 최소 3번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지에서 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와야 하고, 입국 후에도 1일차와 7일차에 각각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PCR 검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외여행을 위한 PCR 검사의 경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PCR 검사를 한 번 할 때마다 통상 영문음성확인서 발급 비용을 포함해 약 10만~18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해외의 PCR 검사비도 비슷한 수준이다. 부부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면 PCR 비용만 100만원 정도 드는 상황이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2년 만에 회복세를 보이는 해외여행 수요 증가 속에 PCR 검사가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며 해외 여러 나라들처럼 입국 시 PCR 검사를 면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항공 노동자의 일자리 복귀를 위해 입국 시 PCR 검사를 면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를 발표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단계적 국제선 증편이 결정됐지만,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부족할 경우 항공기 가격이 급등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해외 출입국시 제출해야 하는 PCR 검사 음성 증명서와 항공기 좌석 제한 등의 방역 대책도 단계적인 철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항공업계가 요구하는 입국 시 PCR 검사 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방역 정책을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관련 정책의 최종 목표는 우리 국민들이 일상을 온전히 회복하는 것"이라며 "항공 분야도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