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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낙인' 전경련, 文 정부 5년간 '찬밥' 신세…새 정부선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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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휘말려 4대 그룹 탈퇴 후 위상 ↓…정부 각종 행사서 '전경련 패싱' 이어져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패싱' 당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윤석열 정부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윤 대통령 당선자가 민간 주도의 혁신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경제계를 대변하는 민간 경제단체 위상도 현 정부 체제보다 한껏 올라갈 것이란 판단에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최근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과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는 정책 제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중심으로 최근 차기 정부 인사들과 물밑 접촉에 나서 대기업 정책 제안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인수위 차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인수위 차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전경련이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재계 맏형'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일본 게이단렌을 모티브로 국내 대기업들을 모아 만든 곳으로, 한 때 명실상부한 재계의 소통 창구였다. 특히 전경련은 이병철 회장을 시작으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구자경 LG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역대 사령탑을 맡아 정부와 정치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특히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대통령 해외 순방 시 재계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하는 역할을 도맡아 한 때 전경련 회장은 경제계의 '총리'에 견주기도 했다. 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여하는 회장단 회의를 통해 경제발전 방향 등을 논의하고 이를 정부 등 관계기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을 줄줄이 탈퇴하면서 입지가 많이 약화됐다. 당시 전경련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K스포츠·미르재단을 위한 기업들의 후원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적폐'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로 인해 전경련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행사나 경제장관회의 초청 대상 등에서도 배제되는 등 굴욕을 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창립 60주년을 맞았음에도 대통령과 여당은 제대로 된 축하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만 지난해 창립 60주년 행사에 정당 대표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전경련이 새로운 한국 경제 성장의 신화를 다시 쓰는 주역으로 재탄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상의 주관 '상공의 날 기념식'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참석키로 했다.

또 전경련은 현 정부가 대화 파트너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재계의 소통 창구로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어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기업과 소통할 때 특별히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전경련 패싱'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여기에 전경련이 '한국경제인협회'로 단체명 교체를 추진했으나, 정부 측 공감을 얻지 못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이 탈퇴한 후부터 전경련이 해외 통상 이슈 대응과 경제 정책 제언 등 싱크탱크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대한상의가 재계 소통 창구로서 주로 많은 역할을 해 왔다"며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면서 재계 맏형 역할도 대한상의가 맡는 형국이 됐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행사나 경제장관회의 초청 대상 등에서도 배제되는 등 굴욕을 당했다. [사진=전경련 ]
전경련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행사나 경제장관회의 초청 대상 등에서도 배제되는 등 굴욕을 당했다. [사진=전경련 ]

이처럼 전경련의 위상이 떨어지자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제단체 '통합'을 주장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체재 아래서 재계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힘을 합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경총 회장 3연임에 성공한 손 회장은 지난달 22일 정기총회에서도 전경련과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도 "경총이 지난 5년 간 경제단체장 역할을 해왔는데 이런 단체가 두 개씩 있을 필요가 있는가"라며 "국내에 경제단체는 있지만, 우리나라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끌어갈지에 대해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손 회장의 바람과 달리 전경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손 회장이 '통합설'을 주장하자 "각자의 고유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며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재계에선 4대 그룹의 회원사 재가입 여부가 전경련의 위상 회복의 필수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부회장단에 오너일가 2~3세대와 정보기술(IT) 기업 총수들을 합류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4대 그룹들은 전경련 복귀를 두고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국정농단 여파로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곳으로 전경련이 낙인 찍힌 탓에 회원사로 재가입할 시 기업 평판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새 정부 및 여당과 어떻게 관계를 정립해 나갈 지가 관건"이라며 "차기 윤석열 정부를 기점으로 비선 단체라는 비난의 고리를 끊고 새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지켜봐얄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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