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으면 위중증화 비율은 낮아진다는 역설이 수리 모델로 입증됐다.
카이스트(KAIST, 총장 이광형)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소속 수학자와 의학자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수학 모델 연구를 통해 ‘높은 바이러스 전파율은 궁극적으로 코로나19 위중증화 비율을 낮춘다’는 역설적 연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다만 이번 연구결과는 연령이나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위중증률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고위험군 집단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전제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주가 우세 종이 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오미크론의 유행이 오히려 코로나19가 경증 호흡기 질환으로 토착화되는 것을 앞당기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대책을 완화하고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정책을 취하기 시작했다.
카이스트-IBS 공동연구팀은 ‘바이러스 전파율이 변화하면 코로나19 토착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수학 모델을 만들어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 면역반응을, 짧게 유지되는 중화항체 면역반응과 오래 유지되는 T세포 면역반응으로 나눠 수학 모델에 적용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택했다. 돌파감염이 자주 일어날 수 있는데 돌파감염 후 회복하고 나면 면역반응이 다시 증강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아지면 일시적으로는 코로나19 환자 수는 증가하는데 궁극적으로 코로나19 위중증화 비율이 낮아지면서 위중증 코로나19 환자 수는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경증 호흡기 질환으로 토착화되는 과정이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는 역설적 연구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오미크론 자체의 낮은 위중증 성질은 배제하고 높은 전파율이 일으키는 결과를 예측한 것으로 코로나19 토착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코로나19 환자 수가 너무 많아지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연구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전제했다.
앞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으로 다시 전환할 때는 무엇보다도 위중증 환자를 수용할 병상 확보 등 의료체계의 정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재경 카이스트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학 모델을 잘 활용함으로써 인간의 직관으로는 유추하기 어려운 역설적 연구결과를 얻었다”며 “앞으로 의학 연구에서 수학 모델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지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이 우세 종이 되고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하는 현 상황에서 무조건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접근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의생명수학 그룹 연구책임자)·홍혁표 석박사통합과정,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노지윤 교수,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기초과학연구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 등이 진행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Increasing viral transmission paradoxically reduces progression rates to severe COVID-19 during endemic transition)는 메드아카이브(medRxiv) 2월 11일자에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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