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이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약을 내놓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후보들의 개발공약이 집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경고를 날린지 불과 5일 만이다. 가까스로 진정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후보가 발표한 GTX 공약은 사실상 윤 후보와 거의 유사하다. 기존 노선을 연장하고 그동안 논란이 계속된 서부권광역급행철도(GTX-D) 강남행에 이어 GTX E, F 노선을 신설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부동산 포퓰리즘 공약이 현실성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 용인시 포은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현재 추진 중인 GTX A·B·C 노선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규 노선을 추가하는 'GTX+'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GTX-A+ 노선은 동탄∼평택 연장을 추진하고, GTX-C+ 노선의 경우 북부는 동두천까지, 남부는 병점·오산·평택까지 연장하는 방안이다. GTX-D는 김포∼부천∼강남∼하남 구간으로 만들고, GTX-E(인천~시흥·광명신도시~서울~구리~포천)와 GTX-F(파주~삼송~서울~위례~광주~이천~여주) 노선 신설을 추진한다.
이 후보의 이같은 GTX 공약은 지난 7일 윤 후보가 제시한 공약과 거의 흡사하다. 윤 후보도 '수도권~서울 30분 출근시대'를 약속하며 기존 3개 노선을 6개 노선으로 늘리고, A노선은 동탄을 거쳐 평택까지 연장하고, B노선은 춘천까지, C노선은 북으로 동두천, 남으로 평택까지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이같은 공약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GTX는 '집값 불쏘시개'라고 불릴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 파급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도권 외곽 지역의 경우 GTX 수혜지역으로 선정되자마자 순식간에 부동산 가격이 수억원 오르기도 했다.
수혜지역 주민은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GTX-D 강남행 무산으로 매주 집단행동에 나섰던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검단신도시는 지난 7일 윤 후보의 GTX 공약에 대해 "지역염원이 대선공약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깜짝공약과 김포를 방문해준 윤 후보에 감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여야 대선후보의 표심 경쟁이 부동산 시장을 또다시 들썩이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정보 사이트 리브온에 따르면, 윤 후보의 GTX 공약 이후 GTX 2개 노선 대상지로 지목된 평택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이 0.04%에서 0.14%로 0.1%포인트 껑충 뛰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공개적으로 우려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9일 "1월 들어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선거 과정에서의 대규모 개발 공약에 영향을 받는 조짐도 있어 정부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특이 동향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GTX 1개 노선만 해도 사업예산만 수조원에 달하는데 대선을 앞두고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이러다가 GTX-Z노선까지 생기겠다"며 "이정도면 여야 대선후보들이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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