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호남 방문 2일째… 선대위는 내분에 몸살
李, '윤핵관' 연일 저격… 장제원과 장외설전도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선을 70여 일 앞두고 외연 확장을 위해 보수정당 불모지인 호남을 찾았다. 하지만 정작 이준석 대표와 일명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관계자)'을 둘러싼 선대위 내 갈등 재점화에 여론 관심이 집중되며 다소 맥이 빠진 모습이 됐다.
윤 후보는 호남 방문 이틀째인 23일 광주와 전남 순천·광양에서 지역 민심을 훑었다. 광주AI데이터센터 방문을 시작으로 순천에서 전남 선대위 출범식 참석 뒤 여수광양항만공사를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전날(22일)에는 전북 전주·김제 등을 찾았다. 윤 후보 측은 이번 호남 일정 컨셉으로 '미래'와 '국민통합'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달 초 이른바 '울산 회동'에서 가까스로 봉합된 듯했던 선대위 갈등이 불과 보름 뒤인 지난 21일 이 대표의 선대위 직책 사퇴로 다시 표면화하면서 호남에 던진 통합 메시지에 힘이 실리기조차 어렵게 됐다.
이 대표는 당시 조수진 전 공보단장의 '항명 충돌' 이후 선대위를 이탈했다. 그의 사퇴 배경에는 윤 후보 가족 리스크 관리 방향에 윤핵관이 깊숙이 개입해 당 대표이자 상임선대위원장인 자신의 권위를 누르고 있으며, '울산 회동'에서 자신과의 소통 강화를 약속한 윤 후보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이에 윤 후보는 전날 호남행 전 여의도 당사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만나 "그립(장악력)을 더 강하게 잡으시라"며 혼란 상태에 놓인 선대위 수습 및 효율 개선을 맡겼다. 하지만 이튿날에도 이 대표는 윤핵관을 거듭 저격하며 선대위에 칼날을 들이밀고 있어 잡음이 잦아들기는커녕 내분이 정국을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 李, 장제원에 "정치장교" 張 "윤핵관 실체가 뭐냐"
특히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을 정면 비판하는 한편 선대위 해체론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장 의원이 저도 모르는 얘기를 막 줄줄이 내놓는다"며 "굉장히 정보력이 좋거나 아니면 핵심관계자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가족 문제 등으로 선대위에 불참하고 백의종군 중인 장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에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의 발언 등을 거론하며 비판한 데 대한 지적이다. 이를 겨냥해 이 대표는 장 의원을 '정치장교', '블랙요원' 등에 빗대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제대로 실어줬다면 당장 (선대위를) 해체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해체 수준의 선대위 개편 시 복귀 여부를 묻는 진행자 질문에는 "해체 수준이라는 건 없다. 그냥 해체하는 것"이라며 "(복귀도) 안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은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저격에 대해 "감정적 인신공격에 대응하면 진흙탕 싸움밖에 안 된다"며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윤핵관 논란에 대해서는 "윤핵관 실체가 뭐냐"며 "내가 익명 뒤에서 비판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임 본부장 언급에 대해서도 "방송에 나온 얘기"라며 "내밀한 정보가 어딨느냐"고 항변했다.
연일 거세지는 집안싸움에 호남 일정에 나선 윤 후보에 대한 주목도도 선대위 분란 수습 문제나 이 대표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 등으로 분산되고 있다. 이에 선대위 일각에서는 "갈등 봉합이 시급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후보가 지방을 돌고 있으면 중앙에서 서포트를 하며 후보가 빛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노이즈를 발생시키면서 후보 일정 자체를 주목받지 못하게 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얼른 선대위 갈등을 봉합하고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출하는 자신만의 방식이겠지만 현명하게 판단해 선대위에 힘이 되는 방향으로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정권교체라는 하나의 큰 목표를 보고 가야 한다"고 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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