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중국의 '몽니'에 연내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가 결국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며 마무리 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중국을 끝으로 반독점(기업결합) 심사에서 총 8개국의 승인을 모두 받아냈기 때문이다.
22일 SK하이닉스 뉴스룸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이날 오후 4시께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와 관련해 승인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SK하이닉스가 목표했던대로 연내 인수 마무리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부를 90억 달러(약 10조3천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8개국에서 승인 절차를 받아왔다. 미국, 한국, 대만, 영국, 유럽연합(EU), 브라질, 싱가포르에서 승인을 받은 뒤 이후 중국의 승인을 기다려왔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15일 SK하이닉스로부터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대한 접수를 받은 후 올해 3월부터 예비심사를 거쳐 추가 심사기간을 연장하며 검토한 끝에 이날 최종 승인했다. 업계에선 중국 당국이 해외 기업이 인수합병(M&A) 등으로 몸집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시간을 끌며 '어깃장'을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결국 중국은 현지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위해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중국 다롄(大连) 공장을 철수시키지 않으면 현지 경제 상황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6가지 조건을 건 '제한적' 승인이란 점은 다소 우려스럽다.
일단 중국 당국은 PCIe 엔터프라이즈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과 SATA 엔터프라이즈급 SSD 제품을 중국 내 시장에 부당한 가격에 공급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중국에서 해당 제품을 판매할 때 계약 조건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발효일 전 24개월 간 평균 가격보다 높아선 안된다는 설명이다.
또 발효일부터 5년간 PCIe 엔터프라이즈급 SSD 제품과 SATA 엔터프라이즈급 SSD 제품의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여기에 공평, 합리, 차별 없는 원칙에 따라 중국 내 시장에 모든 제품을 계속 공급할 것을 요구했다.
SK하이닉스 또는 SK하이닉스가 통제하는 어떤 회사도 중국 내 시장의 고객에 배타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할 수 없고, 묶어 팔기 등을 할 수 없다는 조항도 내걸었다. 또 PCIe 엔터프라이즈급 솔리드스테이트와 SATA 엔터프라이즈급 솔리드스테이트 시장에 제3의 경쟁자가 진출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이 외에 판매 가격, 생산량 등에서 중국 내 주요 경쟁사들과의 경쟁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등의 내용으로 서면이나 구두 협의, 결정 혹은 기타 행위를 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제한 조건은 발효일로부터 5년으로, 이후 SK하이닉스 측은 시장감독총국에 해제를 신청할 수 있다.
SAMR 측은 "관련 정부 부처, 경쟁사, 고객 등 다양한 곳과의 협의를 거쳐 제출된 자료에 대한 정확성과 진실성을 검토했다"며 "시장 진입 장벽이 높고,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영향력 있는 경쟁자가 등장하기 힘들 것이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로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남은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1차로 70억 달러를 지급한 후 인텔의 낸드 SSD 사업과 중국 다롄 공장 자산을 확보한다. 이후 인수 계약 완료가 예상되는 오는 2025년 3월에 20억 달러를 인텔 측에 지급하고 낸드 웨이퍼 설계·생산 관련 IP, 다롄 공장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넘겨 받을 예정이다.
또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부문 인수를 마무리하면 약 2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낸드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12.4%(4위), 인텔이 6.7%(6위)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SAMR의 승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남은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낸드와 SSD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자금은 상당 부분 확보해 인텔 측에 지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인텔과 추가 계약이 원활히 완료될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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