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오프라인 매장 폐점 '릴레이'에 나섰다. 국내·외에서 이니스프리 등 오프라인 매장을 연이어 줄이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에 따른 비책이지만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매출 회복이나 매출 확대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14일 증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연 간담회에서 내년 말까지 중국 내 280여개 이니스프리 매장을 140여개로 줄이기로 했다.
중국 시장 실적 부진으로 올해 3분기 수익성이 나빠진 데 따른 극약처방이다.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면 그만큼 판매관리비가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3분기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10% 줄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중국 채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매장을 줄이면 매출은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다. 매장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그동안의 중국에서 거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될 전망이다.
중국 시장 내 아모레퍼시픽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매장 축소가 '묘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해외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고 중국 매출은 10% 가량 줄었다.
점유율도 꾸준한 하락 추세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8년 5.5%에서 2020년 3.5%로 낮아졌다. 올해는 3.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매장 판매 하락까지 더해지면 점유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하락세는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기업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시장 점유율은 16.4%다. 2016년 31.9%에 달했던 점유율은 5년만에 반토막 수준이 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연도별 시장점유율은 ▲2017년 29.3% ▲2018년 27.2% ▲2019년 22.8% ▲2020년 17.2%로 매년 하락하다가 작년에는 20% 아래로 내려왔다.
점유율의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아모레퍼시픽 유통 구조에 있다. 여전히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브랜드는 이니스프리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1천개가 넘던 이니스프리 매장은 현재 600개 수준으로 줄었다.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과 CJ올리브영과 같은 H&B스토어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색조 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도 매장 수가 작년에만 100개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일부 제품은 가성비로 입소문이 나서 잘 팔리고 있지만,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
칸타월드패널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는 소비자접점지수가 여전히 1위지만 수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핵심 채널인 오프라인 원브랜드숍을 통한 구매 유입이 감소했고 이 빈자리는 공식 온라인몰, 쿠팡, 11번가 등 온라인 채널이 채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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