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전면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며 '뉴 삼성'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미래 사업에 속도를 내고 혁신을 이끌기 위해 '세대교체'를 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위기 속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했지만, 이번 인사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진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가석방' 상태인 데다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어 승진보다는 미래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7일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가장 큰 특징은 김기남 부회장·김현석 사장·고동진 사장 등 3인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 등 '투톱 체제'를 출범하는 등 큰 폭의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것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4년 만이다.
DS부문을 이끌던 김기남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미래 기술 개발과 후진양성에 힘을 싣게 된다.
아울러 2012년 가전(CE), 스마트폰(IM) 부문으로 분할됐던 세트 사업을 10년 만에 통합했다.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커지면서 생활가전과 TV, 스마트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제품과 서비스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미래 준비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없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 가까이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4대 그룹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건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는 부친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별세한 지 일주일 만인 1998년 9월 회장에 취임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부친 구본무 회장의 별세 후 한 달여 만인 2018년 6월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 그룹을 이끌며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임원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론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재계에선 지난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이후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에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승진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상태인 데다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회장 승진 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초 사면론이 떠올랐을 때만 해도 승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지만, 현재 가석방 신분이기 때문에 승진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사면을 받아 경영 활동에 법적 제약이 없을 때 승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잇단 재판 일정 속에도 짬을 내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6일 UAE 출장길에 올랐다. 이번 출장은 오는 9일 돌아오는 짧은 일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열흘간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파운드리 신규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택하는 등 시스템반도체 1위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아울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즌, 모더나 등 글로벌 파트너사와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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