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재판에서 골드만삭스가 이 부회장의 지분 강화 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영권 승계 등 어떠한 목적을 위해 자문을 한 것이 아니라 그룹 경영과 관련해 많은 아이디어가 오갔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2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는 삼성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문을 구한 것이 아니냐는 검찰 측 질문에 "시나리오를 돌리는 건 빈번한 일"이라며 "지배구조가 취약한 점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전체 자료를 보면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며 "대주주 및 그룹의 삼성전자 지분 강화와 관련된 아이디어가 있던 것은 맞지만, 다른 내용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전반적인 사업과 관련한 조언을 들은 것이라는 취지로, 이 부회장 측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언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그룹 승계 과정에서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받는 등 이 부회장이 직접 경영권 승계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일반적인 마케팅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반적인 사업 현안과 미래 전략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헤지펀드 엘리엇을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한 것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정 대표는 "엘리엇은 당시 삼성물산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경영권까지 위협할 위험이 있다고 증언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엘리엇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펀드"라며 "실제 200억~300억 달러 이상의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자는 아니더라도 물산에 대한 경영권 위협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2008년 메리츠증권이 삼성 지배구조 시나리오에서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합병을 예상한 리포트를 제시하는 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미 거론됐던 시나리오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삼성물산, 에버랜드 합병은 삼성 측에서 뜬금없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골드만삭스에게 요청한 것이 아닌 2008년부터 시장에서도 예상되던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이 부회장과 골드만삭스가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는 검찰 측 주장과 배치되는 의견도 나왔다.
변호인은 골드만삭스가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제안했던 것과 관련해 "세금납부 재원 마련이 중점이 아닌 버핏의 투자를 원한다는 게 주요 내용 아니냐"고 물었고, 정 대표는 "맞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이 "이 부회장은 상속세 문제에 대해 잘 준비돼 있다고 말하는데, 맞느냐"고 묻자 정 대표는 "그렇다"며 "우리는 상속세와 관련해 분석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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