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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황금벨트' 구축한 이재용…'시스템 반도체 1위' 올라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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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 글로벌 생산체계 강화…2030년 업계 1위 도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습니다. 굳은 의지와 열정, 끈기를 갖고 도전해서 꼭 해내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4월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이 이번 20조원 규모의 미국 제2파운드리 공장 설립 부지 확정으로 추진력을 얻게 됐다. 이 부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내놓으며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라는 목표를 밝힌 상태로, 기존 반도체 공장들과 함께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캐나다 출장을 마치고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캐나다 출장을 마치고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년여간의 장고 끝에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선정하고 총 170억 달러(약 20조원)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경쟁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추가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테일러시에 세우는 신규 생산라인은 2022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가동하는 것이 목표로, 향후 5G(5세대),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고성능 컴퓨팅),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곳이 완공되면 삼성전자는 경기 기흥·화성-평택과 텍사스 오스틴·테일러를 잇는 글로벌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파운드리 '황금벨트'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삼성전자의 결단을 두고 업계에선 세계 1위인 TSMC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일러 공장 양산 목표 시기가 2024년 하반기로, TSMC의 공장 완공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TSMC는 현재 120억 달러(약 14조2천억원)을 들여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TSMC는 최근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에도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선 소니 반도체 솔루션(SSS)과도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해 주목 받고 있다. TSMC는 여기에 70억 달러(약 8조2천억원), SSS는 5억 달러(약 6천억원)를 투자한다.

더불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인텔은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2개 지을 예정으로,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한 지름길로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이다.

또 지난 7월에는 2025년까지 파운드리 사업 확장 로드맵을 발표하며 4년 내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특히 2025년에 1.8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수준인 '18A'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TSMC와 삼성전자는 2023년 3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인텔의) 생산비가 아시아보다 30∼40% 비싸서는 경쟁이 안 된다"고 주장하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산업 지원법 대상에서 삼성전자 등 외국기업을 제외해야 한다고 의회에 압박하는 등 견제에 나선 상태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이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직후 귀국 첫 소감으로 "투자도 투자지만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밝히며 삼성전자의 '위기론'을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과 글로벌 경쟁사들의 도발 등 산적한 변수 앞에서 부담과 책임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퀄컴과 구글, 테슬라, 엔비디아 등 고객사가 포진한 미국 공장 증설은 '필수요건'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곳에 초미세 공정의 파운드리를 완공하면 그동안 TSMC에 치우쳤던 미국 대형 고객사들을 끌어들일 기반이 충분히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역시 이를 고려해 대비에 나선 모습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업체별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께 3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 이는 TSMC보다 6개월 정도 빠른 것으로, 사실상 처음으로 기술력에서 TSMC를 앞서게 된다. 또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GAA(Gate-All-Around)'도 선제적으로 도입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전체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현재 TSMC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도 "하지만 '선단공정'으로 불리는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6대 4 정도로 줄어들어 사실상 양강 체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에 업계에선 향후 10나노미터 이하 시장 비중이 확대되면 삼성전자의 시장 내 입지가 더 강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0나노미터 이하 시장 비중은 지난 2019년 4.4%에서 양사의 미국 신규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는 2024년에는 29.9%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 공장 완공을 기점으로 고객사 확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선 오는 2025년까지 파운드리 용량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첫해인 2017년보다 3배, 2026년까지 3.2배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00개 정도인 파운드리 고객사도 오는 2025년까지 3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드러냈다.

이에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ASML은 전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 업체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로 통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향후 3년간 240조원(국내 180조원) 투자 및 4만명 고용 계획을 밝히며 '메모리 절대우위 유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 기반 마련'이라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또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리겠다고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에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조만간 대규모 인수합병(M&A)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일각에선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업체 NXP세미컨덕터즈를 포함해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열린 2020년 4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해 인수합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120조4천700억원으로, 자금도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향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판도는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기흥·화성-평택-텍사스'를 잇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완성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상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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