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IBK기업은행이 결국 최악의 선택을 했다. 코치 임무를 망각하고 감독 지도에 반기를 들며 팀을 떠났던 인물을 감독대행에 앉히는 상식 밖의 인사를 단행했다.
기업은행은 21일 "서남원 감독에 대해 팀 내 불화와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묻고, 구단은 팀 쇄신 차원에서 단장까지 동시 경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팀을 이탈한 조송화 선수에 대해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직의사를 표명한 김 코치의 사의를 반려하고 팀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오는 23일 열리는 흥국생명과의 경기부터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끈다.
선수단 기강해이를 바로잡고자 했던 사령탑이 내쫓기고 반대로 항명했던 사람들만 다시 팀에 돌아오게 된 셈이다.
김 코치와 조송화는 지난 13일 훈련 도중 팀을 떠났다. 조송화는 감독의 물음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는 불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감독은 20일 현대건설전을 앞두고 조송화에 대해 "내가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한다.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 코치 역시 조송화를 다그치기는커녕 태도를 지적하는 감독에 눈물로 답했다. 그리고 이후 팀을 이탈했다.
이들은 16일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를 앞두고도 팀에 합류하지 않아 나머지 선수단만 광주로 이동했다. 하지만 아직 이탈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뒷말이 나올 수 있었기에 부랴부랴 구단이 설득해 사무국 차량을 타고 뒤늦게 내려왔다. 그리고 경기를 마치고 선수단 버스가 아닌 다른 차량을 이용해 복귀한 뒤 다시 팀을 나갔다.
특히 세터 코치였던 김 코치의 사의를 반려한 이유가 더 황당하다. 구단은 김 코치에게 팀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탈로 인해 선수단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던 인물이 이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조송화 역시 임의탈퇴가 유력해 보였지만 김 코치가 감독대행에 오르면서 다시 팀에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구단 역시 '상응한 조치'라는 말로 복귀를 시사했다.
구단의 이같은 결정은 사실상 고름을 짜내는 것이 아닌 계속 안고 가겠다는 처사다.
기업은행의 선수단 문제는 비단 올 시즌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몇몇 고참 선수들은 전임 감독 시절부터 불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지도자를 보내 달라는 신호였던 셈이다. 그리고 구단 사무국도 여기에 동조하며 불화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기업은행의 몇몇 선수들이 2021-22시즌을 앞두고 공석이 된 감독 자리에 김 코치를 앉히길 희망했다. 그러나 서남원 감독이 부임하자 또다시 같은 행태를 보였다. 그 결과 팀 이탈 사태로 이어지면서 구단 사무국이 은폐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던 불화가 수면 위로 떠 오르게 됐다.
김 코치가 20일 현대건설전을 앞두고 팀에 복귀한 것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 아니었다. 구단은 이미 내부적으로 김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할 것을 결정하고 이를 미끼로 다시 돌아오게 했다. 이 때문에 김 코치는 19일 팀에 합류하고도 서 감독과는 관계는 냉랭했다. 돌아왔다는 말 한마디만 전했을 뿐 팀 훈련이나 방향성 등의 논의나 교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은행의 문제가 이토록 커지는 데에는 구단 사무국도 한몫했다. 몇몇 고참 선수들 말에 휘둘리며 무능한 감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데 동조했다. 또한 김 코치와 조송화의 이탈을 두고도 김호진 사무국장은 질타가 아닌 휴가라고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김 사무국장은 김 코치 이탈 건에 대해 "조송화를 지도하던 위치다보니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을 것 같다"라며 "경기가 안 되는 것에 대한 압박이 있어 사퇴 의사를 드러냈다"라고 설명했다. 즉 휴가는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그는 또한 "내부적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징계가 아닌 감독대행 승격이었다.
V리그 사령탑들도 기업은행의 이같은 행태에 혀를 내둘렀다.
A 구단 감독은 "나도 팀을 이끌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라며 "이미 기업은행 선수단 얘기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것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런데 구단이 이들을 감싼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라고 지적했다.
B 구단 사령탑은 "어떻게 코치가 시즌 도중 무책임하게 팀을 떠날 수 있나. 그런데 구단이 다시 받아준다는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라며 "이제 어느 지도자가 기업은행을 가고 싶어 하겠나. 누가 가더라도 이런 일을 겪을 게 뻔하다. 배구계에서도 기업은행은 기피 구단이 됐다"고 꼬집었다.
팬들 사이에서도 역시 팀 케미를 망친 주범을 절대 돌아오게 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선택은 이를 역행했다.
선수는 선수다워야 한다. 코치 역시 자신의 역할을 망각해선 안 된다. 하지만 조송화와 김 코치가 당당할 수 있는 건 잘못을 잘못이라 지적하지 않는 포용력 넓은 구단 덕분이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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