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이 정지석 복귀 딜레마에 빠졌다. 여자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남자부 활성화 방안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섣부른 복귀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V리그는 2라운드에 돌입하면서 순위 싸움이 더욱 불붙고 있다. 여자부의 경우 현대건설이 개막 후 무패 행진을 달리며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신생 구단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첫 승을 거두며 인기몰이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기대를 모은 IBK기업은행은 부진을 거듭하는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남자부는 매 경기 순위가 바뀌는 형국이다. 15일 기준 한국전력이 승점 15(5승 2패)로 1위에 올라있지만 1위부터 6위까지의 승점 차가 5점에 불과하다. 승점 7(2승 6패)로 최하위에 머문 우리카드만이 순위 다툼에 다소 멀어진 상황이다. TV 시청률과 관심은 여자부에 떨어지지만 경기내용만큼은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다.
KOVO는 남자부 인기 제고를 위해 각 구단 관계자들과 지혜를 모으고 있다. 지상파 중계와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관심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유소년 시스템을 구축하고 2군 제도 도입을 통한 선수 육성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코트를 떠나있던 정지석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섣부른 행보가 남자부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따른다.
정지석은 지난 9월 전 여자친구로부터 데이트 폭력과 불법 촬영, 재물 손괴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리고 경찰은 지난달 31일 불법 촬영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다.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혐의를 입증할 영상물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정지석의 에이전트인 아이엔지마누스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정지석은 고소인과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며 "고소인은 정지석의 처벌을 원치 않아 고소를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물손괴는 고소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검찰 처분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정지석이 행정처분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다. 고소인과 합의를 이룬 데다 재물손괴 역시 기소유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배구계 안팎에선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가 자숙의 시간도 없이 경기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OVO 상벌규정 제10조에는 '1. 사회의 중대한 범죄행위 2. 규약 제67조 금지사항 위반행위 3. 다른 구단소속 구성원과의 금품수수 등을 비롯한 대가성 행위'를 범한 이에 대해 위원회를 거쳐 징계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지석의 경우 행정처분을 받지 않는다면 해당 규정을 대입하기 모호하다.
하지만 방역수칙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선수들 역시 직접 적용 가능한 상벌규정이 없어 관련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라운드 출장정지와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은 전례가 있기에 정지석 역시 상벌 위원회를 개최해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존재한다.
두 선수는 연맹 명예 실추 행위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 정지석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석권한 V리그 간판 선수다.
한 배구 해설위원은 경기 중 '정지석이 조만간 코트에 돌아올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섣불리 내뱉었다 팬들의 질타를 받은 사례를 종합하면 팬들 역시 정지석의 복귀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사건에 휘말렸을 당시 곧바로 훈련에서 배제하고 아직까지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 조처를 했다. 하지만 이를 구단 징계로 볼 것이냐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구단 역시 정지석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게 처분할 계획을 세워둔 상태지만 만약 행정처분을 피한다면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지난 시즌 V리그는 학교 폭력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연루자가 속한 구단은 출장 정지 징계 처분 등으로 진화에 나섰다. 경기에 뛸 수 없다는 규정은 없었지만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기에 자체적으로 판단해 진화에 나선 것이다.
KOVO 역시 검찰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상벌 위원회 개최 여부에 대해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팬들은 아무렇지 않게 복귀 얘기가 피어나는 것에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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