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전기차의 성능은 오랫동안 주행거리 중심으로 비교돼 왔다. 초기 전기차 모델의 1회 충전거리가 100km대에 불과했던 것이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행거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급속 충전기 보급도 활발해지면서 전기차의 성능 비교도 고성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우디의 순수 전기차 이트론(e-tron)도 '아우디 이트론 GT'와 '아우디 RS 이트론 GT'를 통해 본격적으로 고성능 경쟁에 합류했다. 이트론 GT는 아우디 스포트의 전기화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모델로 아우디 브랜드의 미래를 위한 핵심 모델로 꼽힌다.
지난 8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경험한 이트론 GT는 포르쉐 타이칸과의 진검승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난 6월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는 본사에서 파견된 전문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RS 이트론 GT를 타봤는데, 이날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운전해 볼 수 있었다.
먼저 디자인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트론 GT는 향후 아우디 전기 모델의 표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 측은 그란 투리스모의 두 가지 고전적인 디자인 원칙인 스포티함과 편안함을 수용하는 동시에 최적화된 공기 역학 디자인을 통해 전기 모빌리티에서 중요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운전자 중심으로 계기판을 배치하고, 차량 루프라인과 시트 포지션을 고려한 배터리 배치를 통해 탑승자에게 넉넉한 헤드룸과 공간을 제공한다.
시승은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간이 트랙에서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과 슬라럼(장애물을 통과하는 주행) 등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트론 GT와 RS 이트론 GT는 앞 뒤 차축에 두개의 강력한 전기 모터를 탑재하고 있으며, 각각 390kW(530마력), 475kW(646마력)의 출력과 65.3kg.m, 84.7kg.m의 강력한 토크(부스트 모드 사용 시)를 발휘한다. 제로백은 부스트 모드 기준으로 각각 4.1초, 3.3초에 불과하다. 포르쉐 타이칸과 동일한 수준이다.
코스에 진입해 출발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트론 GT를 먼저 탄 뒤 RS 이트론 GT를 탔는데 안정감이나 가속력이 확실히 앞서있다. 폭발적인 가속에도 불구하고 굉음을 내는 엔진소리는 없는 만큼 체감속도보다 계기판에 표시된 속도가 훨씬 높았다. 직접 운전할 때보다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모습을 볼 때 소음 없이 빠르다는 사실이 더욱 확실히 느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콘 사이를 빠져나가는 슬라럼 구간에서는 부드러운 코너링 성능이 인상적이었다. 두 모델 모두 전기 사륜구동 시스템인 전자식 콰트로를 탑재해 미끄러운 노면, 고전력 요구 사항 또는 빠른 코너링의 경우 후륜 구동용 전기 모터가 활성화되며 이는 기계식 콰트로 구동보다 약 5배 더 빠르다.
또한 이트론 GT와 RS 이트론 GT의 리튬 이온 배터리 시스템은 자동차의 가장 낮은 지점인 차축 사이에 있어 스포츠카에 적합한 낮은 무게 중심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방 및 후방 차축 사이의 하중 분포를 이상적인 값인 50:50에 매우 근접하게 제공한다.
이날 테스트하기는 어려웠지만 주행거리도 무난하다. 93.4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으로 유럽(WLTP) 기준 이트론 GT는 최대 488km, RS 이트론 GT는 472km의 주행이 가능하다. 향후 국내 기준으로 얼마나 낮아질지가 관건이다. 95kW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 이트론 스포트백 55 콰트로의 경우 유럽 기준으로 463km이지만 국내 인증은 309km에 머물렀다.
한편 아우디코리아는 이트론 GT와 RS 이트론 GT를 연내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 및 가격 정보는 미정이지만 포르쉐 타이칸을 경쟁 모델로 삼고 있는 만큼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우디 본사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서도 이트론 GT에 부품을 최우선으로 배정하며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길홍 기자(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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