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큰 기대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같은 각오를 밝힌 지 11일 만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세웠다. '총수 부재'로 인해 주춤했던 투자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특히나 국내 경제에 기여함으로써 삼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삼성은 24일 반도체·바이오·차세대통신·AI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래 산업과 국제 질서, 사회구조의 대변혁에 적극 대비하겠다는 목표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 출소 이후 삼성이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있었다. 이 부회장이 출소하자마자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계열사 사장단과 잇따라 회동하는 등 경영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그동안 '총수 부재'라는 불확실성 속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했던 만큼 속도감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인텔과 TSMC 등 반도체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사회적 기대에 대한 화답으로도 풀이된다. 가석방 당시 일각에선 반대 여론이 형성됐는데, '국가적 경제 상황', '국익'을 이유로 가석방된 만큼 이에 부응한 것이다.
실제 이 부회장 출소 직후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반도체에 보다 힘을 실을 예정이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산업으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수출의 19.3%, 제조업 설비 투자의 45.2%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을 위해 적극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가 포함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삼성은 코로나19 이후 '바이오 주권' 확보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3년 4공장이 완료되면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이날 발표한 고용 확대, 상생 산업 생태계 조성 계획 등도 한국 경제와 우리 사회가 당면할 과제들에 대한 삼성의 역할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관계자는 "전략·혁신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코로나 이후 산업구조 개편을 선도할 것"이라며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청년 고용과 중소기업 상생 등 미래 가치를 추구해 삼성의 미래를 개척하면서 대한민국의 난제 해결과 도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발 빠르게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고민이 엿보인다"며 "삼성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국익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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