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가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를 지연시켜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며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는 계열사까지 포함해 6천2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피해로 지금까지도 상당수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사건이다.
24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과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감사원에 질의한 '고승범 후보의 최근 10년간 감사 내역과 징계 처분 내내역'에 따르면 고승범 후보가 과거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결정 등으로 업무에 철저하지 못했다며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2012년 2월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융감독실태' 감사에서 당시 고승범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등 3명에게 '주의요구'를 확정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고승범 금융서비스국장 등 3명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를 결정하면서 직권으로 발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당시 감사원의 지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들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등에게 영업정지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시간을 지체시킨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따른 다른 계열사(대전저축은행·부산2저축은행·중앙부산저축은행·전주저축은행)의 파급효과도 간과해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가 발생했다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이에 금융위는 이같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재심의를 청구해 같은해 7월에 감사위원회의에서 고승범 국장 등 3명에 대한 '주의요구'를 기관에 대한 '주의요구'로 변경했다. 기관에 대한 처분으로 범위가 바뀌면서 개인이 아닌 기관의 잘못으로 바뀐 것이다.
주의요구는 강력한 징계는 아니지만 업무상 철저하지 못했다는, 질책의 의미를 담은 처분을 의미한다. 감사원법 33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 감사 결과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실이 있을 때에는 소속 장관, 감독기관의 장 또는 해당 기관의 장에게 시정·주의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재심의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주의요구가 기관에 대한 주의요구로 변경된 것은 업무범위의 차이 때문에 바뀐 것으로 보인다"라며 "처분 수위가 달라진 것은 아니고 업무상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이 기록에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최근 국회에 제출된 고승범 후보의 인사청문회요청안을 보면 고 후보가 저축은행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고 평가돼 있다.
인사청문요청안에는 "2011년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재직시 불법·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사회문제화된 저축은행에 대해 일괄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부실 저축은행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등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통해 저축은행 부실이 타 권역이나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며 "이를 계기로 저축은행이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건전 경영기반을 마련했다"고 언급돼 있다.
한편 과거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여파로 계열사 등을 포함해 5천만원 초과 예금을 사람과 후순위채권 보유자들 약 3만8천명이 피해를 봤다.
당시 재판부는 후순위채권이 불완전 판매됐다는 점을 일부 인정해 5천만원 초과 예금분과 후순위채의 피해액 등을 약 6천200억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들은 지금도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직전까지 투자했던 캄보디아의 캄코시티 개발사업의 채권 회수를 통해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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