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전문가들은 온실가스의 주범 중 하나로 석탄화력발전소를 꼽는다. 전 세계적으로 ‘2050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빠르게 석탄화력발전소 전면 폐쇄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어떻게 폐쇄할 것이냐에 있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하는 게 정답”이라며 “다만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정부가 강제로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없는 만큼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어떻게 했나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장 빠르게 추진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길을 걷고 있는 곳은 독일이다. 독일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우리에게 걸맞은 ‘출구전략’을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석탄화력발전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는 폭넓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얽히고설켜 있다. 독일은 이와 관련해 탈석탄위원회(성장, 구조변화와 고용 위원회)를 구성했다. 4인의 의장과 사회,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를 대표하는 28인의 위원으로 만들었다.
독일 연방정부는 위원회 업무와 운영을 포괄적으로 지원했다. 경제에너지부, 내무부, 환경부, 노동사회부 등 대표로 구성된 차관급 위원회를 구성해 탈석탄위원회 활동을 도왔다. 탈석탄위원회는 2018년 6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매월 1회 회의를 진행했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 산업계, 노동조합, 과학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었다.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이와 함께 갈탄광산 지역에도 세 차례 방문해 지역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출구전략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각계 입장을 전달받은 셈이다.
이 과정을 거쳐 연방정부와 주 정부, 지방정부와 각 경제 주체 간 협력을 통해 영향 지역 내 ▲미래 일자리 창출 ▲구조적 변화에 따른 사회적 결속 유지 ▲영향 지역의 경제 투자 환경 조성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감소와 종료 계획 ▲2020 독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1990년 대비 40% 감축)와 격차 최소화 ▲에너지 부문에서의 2030 감축 목표(1990년 대비 61~62% 배출 감축) 달성 등에 관한 여러 사항을 도출했다.
이런 합의 사항을 달성하기 위해 독일은 우선 ‘석탄발전 폐지 경매’를 도입했다. 무연탄 발전소들의 자발적 폐지를 유도하는 경매 제도이다. 연방네트워크공사(BNetzA)는 경매를 통해 최저보상금을 제시하거나 최대 폐지용량을 제안하는 발전사를 선정해 보상했다.
두 번째로 갈탄 보조금을 시행했다.. 갈탄 발전소와 상호합의를 기반으로 폐지에 따른 보상수준을 결정하도록 했다. 상호합의가 2020년 6월 30일까지 도출되지 않았을 때는 법정 한도 내에서 보상을 이행하도록 했다.
세 번째, 발전소 노동자 지원에 나섰다. 숙련직으로의 업무 재배치와 임금 격차에 대한 보상, 조기 퇴직 또는 재정적 손실에 대한 보상을 했다. 관련 산업 근로자들의 합의에 따라 모든 직원이 적절한 보수와 근무 조건을 갖춘 미래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제공했다.
네 번째, 석탄화력발전 폐쇄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챙겼다. 지역 보조금을 도입해 영향 지역에 대한 투자 촉진을 이끌었다. 지역에서 영구적이고 경쟁력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 궁극적으로 독일 내 모든 지역의 균등한 생활 조건을 형성하고자 했다. 광산 지역의 경우 신규 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지역의 복원, 미래 가치 사슬 구축, 고용 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마지막으로 석탄 화력 폐쇄 영향에 대한 지역의 미래를 구상했다. 영향 지역의 현황과 특성을 고려해 기술 혁신,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을 통해 해당 지역이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독일 정부가 탈석탄위원회를 구성해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쇄에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없이는 ‘2050 탄소 중립’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독일은 ‘탈석탄 경매’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폐쇄 등의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나라도 효율적 탈석탄 출구전략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산업계, 시민사회,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논의가 선행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향 지역과 산업, 근로자 지원과 보상 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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