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경영계와 학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불명확한 부분이 많은 데다 규정이 모호해 보완입법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1일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완입법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제정안도 많은 부분이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법률취지와 경영책임자 지위를 고려해 합리적이고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직업성 질병 기준에 중증도가 없고, 안전·보건 관계법령의 범위와 경영책임자가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기업들이 의무내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중대재해 발생 원인이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 명백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지지 않아야 하는데, 현행 법률이나 시행령 제정안만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학계와 경영계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준법의지가 있는 기업일지라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규정이 수두룩하다"면서 "기존의 안전관계법보다 강하게 처벌할 규범적 근거도 매우 부족해 형벌체계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상실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모호한 의무로 엄벌에 처하도록 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법률의 규범력, 실효성 관점에서 볼 때 중대재해 감소라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클 것으로 판단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형벌 법규이고, 시행령에 규정된 내용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되는데, 시행령(안)조차 불명확하고 모호한 표현과 기준이 상당해 향후 합당한 법 집행이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또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를 정하지 않고, 열사병 등 경미한 질병도 중대산업재해로 포함시켜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김 변호사는 "범죄 구성요건으로 사용된 '충실하게', '적정' 등 모호하고 불특정된 조건도 삭제 및 수정돼야 한다"면서 "모법의 문제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시행령(안)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중대재해법과 입법예고 중인 시행령에 대해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공동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총은 "현재의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인)만으로는 기업들이 법규를 완벽히 준수하기 어렵고 산재예방의 효과성도 없는 만큼, 올해 안에 반드시 보완입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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