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8·15 광복절 가석방이 허가되면서 차세대 주력사업인 배터리 관련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 명단에 이 부회장을 포함시켰다. 이번 법무부의 결정으로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석방될 예정이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돌아오면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투자와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삼성SDI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미국 진출안들이 빠른 시일 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무역협정(USMCA)이 발효되는 2025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부품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현지 공장 설립이 불가피하다.
이에 국내외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세에 맞춰 대규모 투자안들을 쏟아 내고 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은 전 세계 전기차 3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 증설 등 추가 투자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기업과 현지에 합작사는 물론 신규 배터리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삼성SDI는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삼성SDI가 미국 투자를 공식화한데 이어 총수 부재가 일정 부분 해소됨에 따라 미국 진출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SDI의 미국 진출 방안으로는 단독 진출과 합작사(JV) 설립을 통한 진출 두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업계는 이중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설립 쪽을 높게 점치고 있다.
스텔란티스가 지난달 9일 열린 'EV 데이 2021' 행사에서 삼성SDI를 비롯해 아시아권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부회장이 스텔란티스와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 스텔란티스의 대주주인 엑소르에서 사외이사를 맡았던 이력이 있다. 당시 엑소르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였다. 하지만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같은 해 4월 엑소르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FCA와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PSA)그룹이 합병해 스텔란티스가 탄생했다. 스텔란티스는 ▲지프 ▲램 ▲푸조 ▲시트로엥 ▲오펠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 등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FCA의 지주사였던 엑소르는 스텔란티스의 지분 14.40%를 보유하게 됐다.
이 부회장과 엑소르의 인연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합작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중 관계를 고려했을 때 중국 CATL과 BYD 등보다 한국 기업과 손잡을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을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어떤 형태로든 미국 현지 진출한다면 외교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정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미국 진출 계획안 발표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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