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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서울시 공유킥보드 견인조례 한달…악전고투 업계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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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조례 현장 적용하니 부작용 잇따라…예상보다 파급효과 커

쏟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잠시 멈춰 서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봅니다. 'IT돋보기'를 통해 멈춘 걸음만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되, 알기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전동킥보드들이 인도 구석에 나란히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전동킥보드들이 인도 구석에 나란히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공유킥보드 업체들끼리 만나면 요즘 전동킥보드 즉시견인 얘기밖에 안 나옵니다. 그 정도로 업계가 심각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상황입니다."

최근 기자와 통화한 전동킥보드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이 토로했다. 서울시가 지난 7월 15일 전동킥보드 견인 조치를 개시한 이후 업체들에게 실질적으로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큼에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기 어려운 데 따른 갑갑함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공유 전동킥보드 견인 조례(주·정차위반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가 집행된 지 근 한달이 지났다. 전동킥보드 업체들의 우려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다수 업체들이 조례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업무량, 예상보다 무거운 견인료 부담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서울시 견인업체가 성남에서 킥보드 견인을? 무분별한 견인 사례 잇따라

"전동킥보드 견인 조례 이후 저희 쪽에서만 3주 동안 1천100건이 넘게 신고 숫자가 폭등했습니다. 다른 업체들을 합치면 조례 이후 수천건에 달하는 신고가 추가로 발생했을 겁니다. 그야말로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기에 전혀 컨트롤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A킥보드업체에서 공공기관 민원 대응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직원은 현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 직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민원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더욱이 견인소 보관료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빨리 견인된 킥보드를 수거하려다 보니 킥보드를 관리해야 하는 담당 직원들이 견인소 인근에 계속 머무르게 되는 등, 민원 처리만으로도 버겁다"라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조례 시행 이후 킥보드를 차도나 지하철역 출구, 버스 정류장·택시 승강장 10m 이내, 점자블록, 교통 약자 엘리베이터 진입로, 횡단보도 진입로에 세울 경우 '불법 주·정차'로 간주하고 즉시 견인하고 있다. 보도에 주차한 것도 통행을 방해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3시간의 유예 시간 후 견인해 간다. 현재 조례가 시행 중인 곳은 서울시 8개구(도봉·동작·마포·서대문·성동·송파·영등포·은평)이며 점차 지역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영등포구에서 불법주차로 견인처리된 공유 전동킥보드의 모습. 버스 정류장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그대로 견인소로 끌려갔다. [사진=독자 제공]
지난달 28일 영등포구에서 불법주차로 견인처리된 공유 전동킥보드의 모습. 버스 정류장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그대로 견인소로 끌려갔다. [사진=독자 제공]

업계는 견인 조례 후 견인소로 끌려가는 킥보드 숫자가 급등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즉시견인이 이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문제는 즉시견인 요건 충족 여부가 불확실하거나, 대상이 아닌 킥보드마저도 견인업체들이 무분별하게 견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견인된 킥보드에 대한 견인료와 보관료 역시 업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업계는 또 견인업체들이 버스정류장·택시승강장 10m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수두룩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사진을 찍는 등 증거를 남기지 않고 바로 킥보드를 견인해 가거나, 멀쩡하게 주차된 킥보드를 임의로 움직여 마치 불법 주차된 킥보드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는 조례  시행 지역이 아닌 곳에 있는 킥보드를 견인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마포구 소속 견인업체가 중구에 있는 킥보드를 견인해 간다던가, 송파구 견인업체가 성남시에 있는 킥보드를 견인하는 사례가 크게 회자됐다"며 "견인업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견인업체들이 즉시견인 대상인지 여부가 애매한 킥보드를 견인하는 것은 물론 관할 구역을 벗어나기까지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킥보드 1대가 견인될 때마다 업체들은 건당 견인료 4만원에 견인소 보관료(30분당 700원)까지 더해 지불해야 한다. 규모가 큰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이로 인해 한 주에 1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4만원이라는 견인료도 경차 기준으로 정해져 기준이 합당하지 못하다는 반응인데, 워낙 견인 건수가 많다 보니 재정적인 출혈도 적지 않은 형편이다.

조례 이후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자 서울시는 지난 5일 킥보드 업체들과 만나 견인조례와 관련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그전에 업체들이 킥보드 주·정차 민원 개선을 위한 공동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서울시가 향후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뚜렷하게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사 조례가 재검토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 "서울시 즉시견인 조치 다소 갑작스레 통보돼"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해당 조례의 개정을 준비해 왔다. 이를 통해 불법 주·정차 견인 소요비용 산정기준에 개인형 이동장치(공유 전동킥보드)를 신설, 전동킥보드 불법 주·정차시 견인료 4만원과 보관료를 업체에 물리기로 했다. 본래는 신고 접수 후 3시간 이내 업체가 수거해 처리하지 않을 경우 견인비를 부과하는 방식이었지만, 올해 4월 들어 서울시에서 즉시견인 관련 내용을 추가로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즉시견인 관련 내용이 나왔다"며 "이후 서울시 측에 업계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꾸준히 설명했지만 서울시 쪽에서는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조례 개정안은 지난 5월 4일 통과됐고, 계도 기간을 거쳐 지난달 15일 본격 시행됐다.

킥보드업계는 지난해 7월 서울시가 공유 전동킥보드 불법 주·정차 견인료 산정 기준을 신설할 당시 서울시에 업계 의견을 취합해 내놓기도 했다. 업계는 킥보드가 자동차나 오토바이보다는 자전거와 유사성이 크기 때문에 견인 규정도 자전거를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전거나 전기자전거는 서울시의 견인료 부과 기준에 포함돼 있지 않다. 또 민원발생·부적절한 주차 기기 재배치와 관련해 기업에 우선적 해결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서 작성한 조례 심사보고서에 기재된 차종별 견인 소요비중 산정 기준. 조례로 인해 개인형 이동장치가 기준에 추가됐다. [사진=서울시의회]
지난 4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서 작성한 조례 심사보고서에 기재된 차종별 견인 소요비중 산정 기준. 조례로 인해 개인형 이동장치가 기준에 추가됐다. [사진=서울시의회]

그러나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도로교통법에서 개인형 이동장치와 자전거를 명확히 구분해 정의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동킥보드를 자전거와 같이 분류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기업의 해결 권한에 대해서도 "기기 방치에 대한 관리 책임은 해당 업체에 있으며 관리소홀로 인한 주차 위반 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조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서울시도 해당 조례에 대한 논란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서 작성한 심사보고서를 보면, 교통위원회 전문위원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다는 이유로 동일한 주차 문제를 야기하는 원동기장치자전거(전기자전거·소형 오토바이 등)를 제외하고 '개인형 이동장치(공유킥보드)'만을 견인하는 것은 견인 형평성 시비와 함께 전동킥보드 공유업체의 불만 및 관련 산업 발전 저해를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야 민원이 워낙 많으니 규제를 강하게 걸 수도 있다고 보고, 업계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규제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어느 정도 균형을 잡고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탄했다.

◆전문가 "부작용 예견된 사태" 지적…선제적 규제 논의 필요성도

전문가들 역시 충분한 숙의 없이 외부 요인에 의해 급하게 조례를 제정하다 보니 결국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은 "전동킥보드가 문제가 된다고 해서 무작정 업체를 써서 수거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전동킥보드를 위한 주차공간을 제대로 제공한다든지 하는 부분도 같이 논의돼야 하는데 무조건 견인부터 한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 소장은 "모빌리티 관점에서 전동킥보드 관련 연구도 하고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문제가 불거진다고 해서 급작스럽게 처리를 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라며 "업체들도 서울시가 하라면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도 "서울시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업계 의견을 잘 청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즉시견인 기준에 대해 업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라며 "즉시견인을 하더라도 기업이나 소비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절차에 의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설계를 보다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짚었다.

다만 향후 전동킥보드 사업이 국내에 안착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동의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미 4~5년 전부터 전동킥보드가 국내에 들어와 여러 가지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때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규제에 대한 고민을 했어야 했다"며 "관련 규제 자체에 대한 논의가 너무 늦게 이뤄지다 보니 이미 사업을 벌려 놓은 업체들의 더욱 큰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업체들이 더욱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동영 연구원은 "킥보드 업체들도 서울시 등 관과 의미 있는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산업적 차원에서 서로 뭉칠 필요가 있다"며 "견인으로 인해 소비자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해 산업 발전에 어떠한 저해가 되는지 설득력 있게 이슈를 가져가야 시에서도 더욱 주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이와 함께 견인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맞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서울시에서 킥보드를 견인하기 전에 스스로 기기를 수거하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서 자정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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