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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현대그룹 현정은號…엘리베이터·무벡스로 '재건'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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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연락선 복원에 현대아산 기대감 ↑…4차 산업 대비 역량 강화로 매출 확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남편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이 이끌던 현대그룹을 이어 받아 18년째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현정은 회장이 올해 엘리베이터와 물류 자동화를 양대 축으로 삼고 그룹 재건에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 지난달 말에는 남북 통신선이 복원되면서 대북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진 모양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현대그룹]

8일 재계에 따르면 현 회장은 올해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핵심 역량 강화에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의 핵심역량이자 근원적 경쟁력은 모빌리티 기술력"이라며 "AI·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융합,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미래산업의 플랫폼 개척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계 1위'에서 매출 2조로 '급추락'…'남북경협'에 발목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회장이 이끌던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자산 기준으로 재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1980년대 전성기 시절에는 삼성그룹과 큰 격차를 보이며 국내 경제를 이끌었다. 당시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의 격차는 지금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과의 격차보다 더 컸다.

하지만 고 정몽헌 전 회장이 사망한 후 자동차, 조선 등이 계열 분리되면서 그룹 외형이 급격히 축소됐다. 또 지난 2016년 3월 현대증권(현 KB증권) 매각과 같은 해 6월 현대상선(현HMM) 등이 계열 분리되면서 그룹 매출액은 2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그 사이 경영진을 상대로 한 쉰들러의 주주대표소송에도 휘말려 위기를 겪었다.

경기도 파주 남북 출입사무소를 통과한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

이러한 시련 속에서도 현 회장은 그동안 시아버지와 남편의 뜻을 이어 대북사업에 가장 공 들였다.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해왔지만 지난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살 사건에 따른 금강산 관광 중단, 2016년 3월 북한의 투자 자산 몰수 등에 따라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업계에선 현대아산의 경제적 손실이 2008년에만 최소 4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에도 남북경협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 회장은 남북 관계가 경색된 분위기 속에서도 "단 1명의 관광객이라도 있다면 금강산 관광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며 대북 사업 재개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대북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의 실적은 좀처럼 살아나질 않았다. 현대아산의 지난해 매출은 1천327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83억6천800만원을 기록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는 관광 매출이 60%, 건설 등 나머지가 4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건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사업 구조가 바뀌었다. 이에 2008년 이후 누적 영업손실은 2천억원을 훌쩍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해 매뉴얼을 미리 마련해두고 수시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정부가 남북 대화 의제로 유력한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에 시동을 걸면서 현대아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한반도 상황이 수시로 변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 '그룹 핵심' 현대엘리베이터, 글로벌 확장 시동

현 회장은 '남북 경협'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한편, 최근 들어 그룹 체질 개선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그룹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이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금산공업구에 1천2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캠퍼스를 준공했다. 이곳에 있는 스마트 팩토리의 연간 생산량은 2만5천 대로, 엘리베이터 2만3천500대, 에스컬레이터 1천500대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된 제품은 전 세계 시장에서 70%를 차지하는 중국 내수 시장에 공급되는 한편, 터키,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으로 수출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곳을 중심으로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신공장 착공식 [사진=현대엘리베이터]

또 지난해에는 이천에 있는 본사를 충주에 옮기고 글로벌 엘리베이터 업계의 리더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17만3천97㎡ 부지에 조성될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신공장에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팩토리, R&D 센터, 물류센터를 비롯해 세계 최고 높이(300m)로 건설되는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내년 3월까지 공장 이전 작업을 마칠 계획으로, 기존 이천 부지는 SK하이닉스에 매각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이 같은 투자 움직임 덕분에 올해 매출에 대한 전망도 밝다. 시장에선 현대엘리베이터의 올해 매출이 연결 기준 2조60억원, 영업이익 1천630억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8.8% 늘어나는 것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건설경기 회복 기대감을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정부 주도 2∙4 대규모 공급대책 발표로 아파트 분양시장 개선이 기대되면서 아파트 승강기 사업자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강기안전관리법 시행 이후 노후 승강기 리모델링, 부품 교체가 급증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2021~2022년을 기점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새 먹거리 현대무벡스, 상장으로 '날개'

현 회장은 올 3월 현대무벡스도 상장시켜 물류 자동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물류자동화시스템, 스크린도어(PSD), IT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기업으로, 최근 물류 로봇으로 알려진 무인배달로봇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지난 2017년 현대엘리베이터의 물류자동화사업부를 분리해 IT서비스를 제공하던 현대유엔아이와 합병해 출범했다. 30여년간 축적된 물류자동화시스템에 첨단 IT 기술력을 더해 스마트 물류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물류자동화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현대무벡스는 지난 3월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왼쪽부터) 채현주 한국거래소 상무, 정운수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장, 현기봉 현대무벡스 대표,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 김기경 한국거래소 상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코스닥 상장 기념식을 가졌다. [사진=현대무벡스]

현대무벡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6.85%를 가진 현대엘리베이터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6.15%의 지분으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곳에선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와 차녀 정영이 차장도 근무하고 있다.

업계에선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이커머스 시장 활성화에 따라 유통·택배, 식품,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무인 물류 자동화 설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현대무벡스의 시장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현대무벡스의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30%, 영업이익율 또한 6~9%의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무벡스의 실적이 개선되면 현대엘리베이터에 집중됐던 현대그룹 사업 의존도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로 다원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 엘리베이터의 실적 개선과 현대무텍스의 상장, 최근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까지 열린 만큼 현대그룹이 올해 그룹 재건의 발판을 마련해나갈 수 있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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