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직방, 중개시장 '태풍의 눈'…골목상권 침해만 문제일까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국내 대표 프롭테크 업체 직방이 지난달 아파트 중개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기존 중개업계와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직방은 중개법인은 설립해 공인중개사들의 전문성은 높이고, 정보의 비대칭성은 해소해 수준 높은 비대면 중개를 돕기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지난달 '직방 10주년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새로운 프롭테크 모델 '온택트파트너스'를 발표했다. 자사의 직방 앱을 통해 중개 물건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더 나아가 직접 자회사 중개법인 차려 중개업에 뛰어든 것이다.

온택트파트너스는 공인중개사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이 직방을 디지털 도구로 활용해 비대면(온라인)으로 부동산 정보조회·매매·계약·수리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직방 앱에서 아파트를 3D로 둘러보면서 정확히 몇 동, 몇 호가 매물인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매물을 클릭해 내부를 VR로 둘러보고, 시간대별 일조량과 전망도 확인할 수 있다.

◆ 직방, 대량의 매물 정보 획득…"골목상권 침해만의 문제아냐"

중개업계는 직방의 행위가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최근 국내의 한 대형 부동산정보제공 플랫폼 업체가 자회사인 중개법인을 통해 개업공인중개사를 종속시킬 수 있는 중개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해당 기업은 매물 광고비 등 우리 개업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 수익으로 현재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며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직접 중개'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영세한 개인 공인중개사들의 생존권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공인중개사들로부터 획득한 매물정보를 기반으로 한 기업이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중개시장에 진출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직방이 골목상권을 침해, 시장을 독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제휴를 맺은 파트너 중개사들로부터 획득한 매물정보를 기반으로 향후에도 공정한 경쟁과 제휴를 맺은 중개사들과의 파트너십이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은 것이다.

직방이 선보인 온택스파트너스의 중개 시스템은 자회사 중개법인을 통해 제휴를 맺은 파트너 공인중개사에게 매칭된 중개물건을 촬영할 수 있는 각종 첨단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촬영 이후 AR과 VR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업로드 할 수 있는 플랫폼 사용 교육까지 진행한다. 또한, 직방은 일반적인 중개교육 컨설팅까지 모두 무료로 실시한다.

기존 중개시장의 오류로 손꼽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도 동·호수를 포함해 온라인에서도 중개물건 정보를 상세하게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직방 중개법인을 통해 매칭된 매물의 중개를 담당하는 파트너 공인중개사들은 직접 촬영기기를 가지고 해당 아파트를 방문해 사진을 찍고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자연스레 파트너 공인중개사가 수집한 매물의 정보는 직방 데이터베이스에 쌓이게 되는데 통상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이 30년인 점을 고려하면 오랜 기간 파트너 공인중개사들로부터 수집한 정보가 누적된다.

이에 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들로부터 획득한 매물정보를 기반'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 정보력을 가지고 중개시장에 진출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와 함께 향후 충분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게 됐을 때 파트너 중개사들과 직방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른다.

◆ 직방과 파트너 중개사 수수료 '5대 5'…소비자 부담 없나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면 직방은 자회사 중개법인과 제휴를 맺은 파트너 중개사들과 중개수수료는 5대 5로 나눠 갖는다. 직방은 이미 개업한 중개사는 물론, 자격증만 보유한 중개사들과도 폭넓게 제휴할 방침이다. 신규 창업 중개사에게는 전속 제휴 기간인 첫 1년 동안 최소 5천만원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파격 제안도 했다.

직방과 파트너 공인중개사와의 수수료 배분 문제도 자칫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직방이 제시한 중개수수료 배분은 5대 5다. 컨설팅과 기기,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비용을 일절 받지 않고 물건의 중개를 완료한 중개사가 정한 최종수수료의 절반만 받겠다는 것이다.

직방이 단순 중개서비스 지원만으로 절반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자회사 중개법인을 통해 공동날인을 하고, 계약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도 진다. 또한, SGI 서울보증보험과 100억원 상당 보험에 가입해 거래 사고 발생 시에 인정되는 소비자 피해 전액을 직방이 보상한다. 중개 계약서 작성과 사전 사후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직방과 협업하는 대형 로펌이 참여해 검증한다.

익명을 요구한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직접 발로 뛰면서 중개매물의 정보를 수집하는 파트너 중개사로서는 5대 5로 수수료를 배분하게 되면 (법정 상한선 내에서) 높은 요율의 중개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요구할 수 밖에 없다"며 "일반 중개거래에서 정해진 요율 내에서 소비자들과 어느 정도 협의가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이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중개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직방의 중개법인이 투입하는 기술과 컨설팅, 전자기기부터 대형 로펌의 검증까지 소비자가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개수수료와 관련해 직방 측은 "현재 중개시장에서 2개의 공인중개업소 또는 2명의 공인중개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공동중개' 관점에서 5대 5로 중개 수수료를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개수수료 비율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파트너 공인중개사와 중개 수수료 5대 5배분은 업계의 룰과도 같다. 직방의 수수료 배분율을 높이는 등의 약속을 깨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공인중개사협회는 전국 11만 회원과 예비 개업공인중개사들이 대형 부동산 플랫폼의 중개업 진출 문제점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