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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외나무다리서 만난 롯데·신세계…이커머스업계 판세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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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밀릴 수 없다" 끝장승부 예고…자금력에서 승패 갈릴 듯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이번에 밀리면 영원히 밀릴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두고 유통 라이벌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맞붙는다. 끝장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양사 모두 상대방이 인수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상황이 절실하다. 롯데의 롯데온도, 신세계의 SSG닷컴도 이커머스 업계에서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필요한 이유다.

누가 인수하더라도 이커머스 업계의 판도는 달라진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네이버와 쿠팡과 경쟁할 수 있게 되지만, 실패하면 이커머스 군소업체로 전락하는 비운을 맞을 수도 있다. 이들의 승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사진=각 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사진=각 사]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롯데와 신세계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롯데는 롯데쇼핑을, 신세계는 이마트를 앞세웠다. 당초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는 불참했다.

SK텔레콤은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에 부담을 느낀데다, 인수 이후 11번가와의 시너지도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인수의향서를 내진 않았으나 마지막까지 관심을 유지하고 고민하겠다는 의향을 전했다.

◆ 유통 공룡, 반전 카드가 필요하다

롯데와 신세계는 꾸준하게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왔다. 강희태 롯데 유통BU(Business Unit)장이자 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도 "경쟁사와 같이 우리도 진지하게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오프라인을 주축으로 성장해온 양사에게 유통의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금의 상황은 버겁다.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이 장악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반전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7조6천억원이다. 신세계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3조8천억원 수준이다. 반면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원이다.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에 이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인수만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도약할 수 있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에게 이베이코리아가 가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상황에선 자칫 주춤할 경우 영원히 이커머스 시장에서 밀릴 가능성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경쟁 상대가 인수하는 시나리오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다. 롯데가 인수할 경우 신세계가, 신세계가 인수할 경우 롯데는 상대방이 이커머스 시장 강자로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된다.

◆ 인수경험도 충분…온라인 사활 건 롯데

업계는 신세계보다 롯데가 적극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9년 롯데는 티몬 인수를 논의했으나 매각가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불발된 경험이 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롯데는 롯데온의 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녹록치 않다. 론칭 초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이 컸다. 올해 1분기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의 영업손실은 29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150억원)보다 적자 폭이 늘었다.

이 때문에 이베이코리아를 반전 카드로 삼으려 한다. 지난 4월에는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 나영호 신임 이커머스 부문 대표를 선임했다.

롯데는 나 대표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인수합병 경험도 있다. 롯데는 지난 2015년 10월 삼성그룹의 화확 계열사를 3조원에 인수해 주력 계열사로 키워냈다. 이번 인수전을 위한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사진=사진=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사진=사진=이베이코리아]

◆ SSG닷컴에 오픈마켓을 더하고 싶다

신세계에게도 온라인은 키워내야 할 숙제다. SSG닷컴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쿠팡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거래액을 기준으로는 롯데온보다 규모가 작다.

네이버와 지난 3월 2천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혈맹을 맺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쿠팡에 맞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두 기업이 힘을 합친 것은 자연스럽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세계의 인수합병은 SSG닷컴에 집중한 모양새다. 지난 4월 2천650억원을 들여 W컨셉을 품었다.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위해 프로 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는 결단도 내렸다. 야구단 이름 전면에 'SSG'를 내세운 것을 보면 SSG닷컴을 키우기 위한 신세계그룹의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인수 이후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선식품을 앞세운 SSG닷컴의 강점에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경쟁력을 더할 수 있게 된다.

◆ 자금력에서 승부 갈릴 듯…'승자의 저주' 우려도

결국 자금력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인수가를 어느 정도로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베이코리아가 제시한 인수가는 5조원이다. 업계는 3~4조원 사이에서 최종 매각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양사가 확보한 자금력의 규모가 승부의 향방을 가릴 것으로 보인다.

우려도 나온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이커머스 빅3에 오를 수 있지만, 오픈마켓이란 한계에 비춰보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인수를 하더라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한다. 최근 쿠팡의 직매입 구조로 이커머스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베이코리아의 약점으로 꼽힌다.

현재 본입찰 마감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다음주 열릴 것으로 알려진 미국 이베이 본사 이사회 이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 모두 서로에게 밀려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보인다"라며 "누가 인수해도 이커머스 판도가 달라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온라인 강화 의지에 따라 새주인이 가려질 것이지만, 밀리는 쪽은 굉장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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