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국내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숙원사업이던 '발행어음업'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최근 사명까지 바꾸며 브랜드 파워 강화를 예고한 미래에셋증권이 발행어음업에 무사히 진출해 모험자본 공급이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업 인가 신청 안건을 지난 4일 밤 의결했다. 이로써 오는 12일 예정된 제9차 금융위 회의만 무사히 통과하면 미래에셋증권은 발행어음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로 심사가 중단된 2017년 12월 이후 약 3년5개월 만이다.
발행어음업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으로도 꼽힌다. 자기자본 9조원 규모로, 증권업계 자본 규모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가 발행어음업 인가를 얻게 되면 종합금융투자계좌(IMA)를 통해 한도 없이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만 이 요건을 충족한다. IMA는 투자자에게 원금을 보장하며 일정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발행어음과 비슷하지만, 발행 한도가 없다. 사실상 자기자본의 2배인 최대 18조원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고, 대규모 투자자금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7년 금융당국에 발행어음업 사업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하면서 관련 심사가 중단됐다. 그룹 총수가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단 혐의였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1위 증권사임에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이 먼저 발행어음업에 진출하는 것은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작년 5월 공정위가 검찰고발 조치 없이 과징금(43억9천만원) 부과로 이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은 다시 발행어음업 인가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해 적발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가 올해 3월 형사제재 없이 종결되면서 관련 심사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발행어음 시장은 투자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작년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의 자본금은 5조3천468억원으로 연간 발행어음 한도가 10조원이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9조478억원어치 어음을 발행하면서 이후 판매가 일시 중단됐다. KB증권 역시 같은 해 설정했던 3조원의 발행어음 판매 목표치를 9개월 만에(3조5천600억원) 달성하며 판매를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때문에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인가를 받으면 급증하는 발행어음 투자 수요에 대한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초대형IB 육성책의 본래 취지인 모험자본 공급 측면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13조원 가운데 0.3%에 불과한 476억원을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초대형IB에 대한 이슈가 발행어음업 인가에 국한되고 있는데 자금조달 수단의 허용과 더불어 조달된 자금을 기업금융 자산으로 잘 운영하는 것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초대형IB는 여느 스타트업에 사업 초창기부터 성장 단계별로 투자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역시 "(미래에셋증권이) 업계 1위 증권사인 만큼 시장의 관심도 높다"며 "자기자본 확대를 필두로 시장의 마중물이 되는 자금을 투입해 모험자본 공급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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