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올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철강업계가 기대감과 함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크게 가라앉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실적은 크게 개선되는 분위기지만 세계적인 친환경 규제 확산으로 탄소배출권을 포함한 친환경 비용도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톤당 101만원으로 전주보다 5.2% 상승했다. 1년 전보다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톤당 유통가가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후판 유통가도 101만원으로 전주보다 5.2%, 철근은 85만원으로 1.2% 상승했다.
미국 내 열연 유통가도 1천375달러로 전주 대비 3% 늘었으며 중국의 경우 해외수출 지연으로 큰 변동은 없었다. 이같은 철강 시장 흐름은 이달 포스코가 26일, 현대제철이 28일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 12일 잠정 영업이익 1조5천520억원으로 10년 내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철강재 수요가 집중된 전방산업의 회복으로 가격이 상승한 효과다. 국내 철강업계가 지난해 대대적인 부진을 탈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편으론 탄소중립 요구에 따른 친환경 비용 상승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교토의정서를 통해 도입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3기 계획기간에 들어간다. 2018년부터 2020년 2기 동안 기업이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탄소배출권 유상할당량 3%가 올해부터는 10%로 확대된다.
연간 전체 탄소배출권 할당량 6억1천만톤 중 6천100만톤을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할당량 비율이 3배 이상 증가한 만큼 배출권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게 늘 전망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준 KAU20 배출권 가격은 톤당 1만6천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급락으로 1년 전 4만1천원에 비해 크게 떨어진 가격이다. 그러나 뚜렷한 경기회복세로 인한 공장가동 증가로 배출권 가격도 원위치를 넘어 크게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강은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7%를 차지하는 산업부문 내 최다 배출업종이다. 철광석을 순수한 철로 만드는 과정에서 석탄이 원료인 코크스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산업 특성 때문이다. 다른 철강업체들보다 용광로 가동 비중이 큰 포스코, 현대제철의 배출권 거래량도 그만큼 많다.
현대제철의 경우 배출거래권 구입을 위한 배출부채가 지난해 1천571억원으로 국내 30대 기업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기아가 1천520억원으로 그 다음 순서를 차지한 데 이어 포스코가 786억원으로 3위다.
올해의 경우 교토의정서를 잇는 파리협약의 원년이기도 하다. 당사국 195개국이 모두 자체 감축목표를 설정, 이행점검을 받는 만큼 환경규제도 대폭 확대된다. 교토의정서의 경우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 탄소배출 최상위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파리협약은 다르다.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 EU, 미국, 중국 등이 2050년까지 순수 탄소배출량 '제로(0)'을 의미하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이다.
국내 철강업계도 지난 2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심팩, KG동부제철 등 6개사와 정부, 학계가 참여하는 민관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 가능성이 없는 수소환원 제선기술 개발과 용광로 설비 교체, 배출권 거래량 확대 등 상당한 투자와 비용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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