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 삼성전자도 투자, 인수·합병(M&A) 등 통 큰 베팅을 해야할 때가 왔다.
삼성의 경쟁사인 인텔, TSMC 등은 '조' 단위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에 5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속에 투자 결정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반도체업계 합종연횡 속 삼성전자 총수 부재 '난기류'
삼성전자는 연초 경기도 평택 제 3공장(P3) 투자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이 부회장이 수감되며 발표가 미뤄졌다.
평택 P3 라인은 공장의 길이 700m, 연면적 70만㎡로 세계 최대 수준 규모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초미세공정 등을 감안하면 각각 30조원이 투입된 P1, P2보다 많은 40조원 수준의 투자가 집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체들이 잇달아 M&A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M&A가 이를 시일 내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선 AMD와 자일링스간 합병, 엔비디아의 ARM 인수,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등 업체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삼성전자도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3년 내 M&A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 언제 성사될 지는 안갯속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M&A 대상을 신중히 탐색 중이라 실행시기를 특정하긴 어렵다"며 "기존 사업의 지배력 강화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 美도 거세게 투자 압박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추가 설립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19개 기업을 불러 반도체 공급난 회의를 열었다. 반도체에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들 기업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사실상 자국 시장에 대한 투자 압박 성격이 짙었다.
회의 후 인텔은 생산 라인 중 일부를 공급난이 심각한 차량용 반도체로 전환하겠는 계획을 공개했다. TSMC는 120억 달러를 투입해 설립할 애리조나 공장에 파견할 1천명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경쟁사들이 이같이 화답하는 상황에서 투자 계획을 늦추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뉴욕, 애리조나 등에서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다. 이들 주 정부는 1조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삼성전자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 M&A 경우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보니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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