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민간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개발 기대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오 시장은 자칫 집값상승 책임론에 휘말릴까 우려하며 속도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주간 누적 기준으로 1.12% 상승했다.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0.13%)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높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의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오름세가 주춤했지만, 오 시장 당선 이후 오름세로 전환됐다.
송파구가 1.77% 오르면서 서울 내 가장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강남구와 노원구가 각각 1.42% 상승했으며 서초구(1.40%), 마포구(1.38%), 양천구(1.3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 위치한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가격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신고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2차' 전용 160㎡은 이달 5일 54억3천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평형이 42억 5천만원에 손바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4개월 만에 11억8천만원이 증가한 셈이다.
현대 1·2차 아파트 131㎡ 매도 호가도 2억~3억원 정도 올라 40억원대를 넘어섰다. 압구정 현대 7차 전용면적 245.2㎡ 아파트는 최근 6개월 전 보다 무려 13억원 오른 80억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이는 전국 최고가다.
오 시장의 부동산 공약은 ▲5년 내 신규주택 36만호 민간 중심 공급 ▲용적률 상향 및 35층 규제 완화 등이 핵심이다.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하지만 재건축 단지 안전진단 기준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은 중앙정부의 몫이다.
정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4 공급대책 등을 통해 가까스로 안정시킨 부동산 시장이 서울 중심으로 또다시 혼동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 책임론을 오 시장에게 떠넘기며 연일 견제구를 넣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 시장을 겨냥, "어렵게 안정세를 잡아가던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선거 전후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재건축 단지를 중심 가격상승 우려가 나타났다"며 "관계기관의 신중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오 시장은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자신에게 집값 상승 책임론이 씌워질 경우 부동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자신의 부동산 공약을 철회할 수도 없다. 일단 오 시장은 속도조절에 나섰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 기간연장과 대상지역을 추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강남구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 일대와 송파구 잠실동 일대 총 14.4㎢ 규모다. 오 시장은 "주택공급 속도가 중요하며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가겠지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예방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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